재혼남과 재혼녀(14)
가을사랑
그러면 철수에 대한 재판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사실 철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신에 대한 재판을 잘 받는 것이다. 재판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직접 재판을 하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정확하게 심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하며 공의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재판이란 불확실하다. 수많은 불확실한 변수가 개재한다. 비슷한 사안을 놓고도 재판을 하는 판사마다 형량이 다르다. 변호사의 역할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불안하다. 어느 사회에서나 공정한 재판은 사회의 중요한 가치였고 이념이었다. 우리 사회의 경우 아직도 유전무죄의 불합리가 잔존하고 있다. 재벌회장은 실형을 사는 일이 거의 없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형량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거액을 사기친 회장사기꾼은 이런 저런 이유로 빠져나오고, 죄질이 무겁지 않은 경미한 일반재산범죄에서는 가차없는 실형이 선고된다는 비난도 있다. 아무리 사법개혁을 부르짓고 있지만 사정을 그렇게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구치소 안에서는 항상 억울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사람이 하는 재판을 받는 사람들의 탄식이고 원망이다.
피고인이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철수는 우선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 고의적인 살인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아주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점, 자신은 사망의 결과에 대해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장해야 한다.
결과는 현진이라는 피해자가 사망했다. 철제의자를 들어 때림으로써 상해의 고의는 있었던 것이지만, 상처만 입힐 의사였지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미필적 고의를 가졌던 것도 아니었다. 철제의자로 사람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은 법률적 평가에 속한다. 많은 상해치사사건에서 피고인은 억울함을 느낀다. 웬만하면 피해자가 사망까지는 하지 않았을텐데 공교롭게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술을 마시고 싸우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다. 피해자가 뒤로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심근경색증세를 일으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의 죽음을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결과는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변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상해치사죄로 기소가 되었지만, 상해행위와 사망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상해치사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온다. 그리고 철수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관계를 잘 설명해야 한다. 피해자인 현진은 철수의 부인과 불륜의 관계를 맺은 사람이다. 남의 가정을 파탄시킨 사람이다.
그리고 사건의 경위도 서로 싸우다가 현진이 먼저 돌을 들어 때렸다. 피해자와 합의는 성립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피해자측에서 지나치게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피고인의 학력, 경력, 전과관계, 반성의 태도, 노부모의 부양사실, 자녀양육사실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정상관계를 충분하게 주장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피고인에 대한 형량은 많이 줄어들 소지가 있다. 1심에서 징역 3년 정도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많다. 엄격한 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는 판사의 경우에는 징역 5년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죄이기 때문이다. 만일 항소심까지 가면서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되면 형은 더 감경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피고인은 자신의 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음은 철수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할 때 사람들마다 차이가 난다.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운동도 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팔굽혀펴기도 하고, 운동시간에는 반드시 나가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운동할 기력도 없어 그냥 누워있거나 의무실에 가서 편안하게 있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건강이 아주 나빠지는 것이다.
철수는 건강을 유지하면서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을 해야 한다. 자식들에게 희망을 갖도록 편지도 써주고, 자식들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도 해야 한다. 철수가 징역을 산다고 해서 아이들이 철수를 경멸하는 것은 아니다. 억울한 사정을 아이들이 이해하면 더 따뜻한 부자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징역을 살면서 더 따뜻한 가족간의 정을 느끼게 된다고도 한다.
철수와 같이 살다가 날벼략을 맞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두 그런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누가 크게 잘나고 못난 것이 없다. 미미한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철수의 사건을 써내려가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철수와 같은 사람은 우리들이 평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불쌍한 이웃이다. '자기도 함께 갇힌 것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자기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히브리서 13: 3)'
특별히 불행한 일만 당하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매사에 감사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런 마음의 평안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굳은 믿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살다가 뜻밖의 전혀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 고난을 당하게 되었을 때에는 마음을 굳게 하고 인내로 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너희도 길이 참고 마음을 굳게 하라...선지자들로 고난과 오랜 참음의 본을 삼으라. 보라 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 너희가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는 자시니라'(야고보서 5:8, 10~11)
그런 믿음 가운데 세상을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삶에 있어서 소망을 가질 수 있고, 소망 가운데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 믿음과 소망,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기본이며 인간실존의 존재이유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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