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통
가을사랑
병수 씨(55세, 가명)는 무척 힘든 표정이었다. 그는 한 사람을 잘못 만나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몇 년째였다. 우연히 알게 된 정진 씨(52세, 가명)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간 것을 대신 해결해 주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돈이 2억원 정도 날라갔고, 그 다음에 4년 째 법적 분쟁에 휘말려 들어갔다. 소송이란 한번 시작되면 끝이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병수는 나중에는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밭도 경매로 넘어갔고, 전체적으로 3억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경매에 관한 지식도 별로 없고, 법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솔깃해서 돈을 조금 벌어보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형사고소도 했고, 민사소송도 했으나 대부분 지고 말았다.
법이란 그런 것이다. 반드시 진실이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진실을 법적으로 증명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말로 거래를 했던 것이고, 증거란 조작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법적 분쟁을 하다보면 법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사회 전체를 불신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 병수는 홧병이 났고, 속이 상해 견딜 수 없었다. 몇 달 전 그는 자신의 밭이 경매로 넘어가는 날 속이 상해 술을 마셨다. 혼자서 소주를 무려 12병이나 마셨다. 그런데도 어떻게 살아남았다.
그는 말했다. “속이 너무 상해서 그랬던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습니다.”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소주를 12병이나 마시고도 살아남았을까? 그는 술을 그렇게 마시고 며칠 동안 속이 아파 무척 고생을 했다. 술이 술을 마신 것이 아닐까?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육체는 정신과 따로 노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술을 많이 마셔 속이 쓰라리고 아파 누워있었던 경험이 몇 차례 있다. 기분을 내다 보면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절제하지 못하고 술마시는 분위기에 휩쓸려 실수도 하고 생병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병수 씨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분좋아 술을 마신 것이 아니고, 너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우니까 그 고통을 순간적으로 이겨내기 위해 술을 과음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 20일 정도 지난 다음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하반신에 마비증세와 오기 시작했다.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녔는데 혼자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가족들이 업고 다녔다. 그리고 통증이 심해 하루에 진통제를 20알씩 먹고 지낸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식은 땀을 흘리고 또 진통제를 먹고 있었다.
지금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고 했다. 의사도 왜 그런지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사람의 질병의 원인을 모두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어렵다. 그만큼 인간의 신체는 신비스러운 것이다. 그 수많은 장기와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이면서 활동을 하고,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좋은 음식의 맛을 알고,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걸을 수 있고, 뛸 수도 있다. Sex 를 하기도 하고, 술에 취하기도 한다.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고통을 겪기도 한다.
심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평생 움직인다. 맥박도 동시에 같이 뛰고 있다. 세포는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혈액이 잠시라도 순환을 멈추면 심각한 고장이 난다. 그런 신체는 고장이 나기 전에 잘 다루어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천하를 얻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잠은 잘 자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아예 얘깃거리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손바닥에 칼을 꽂고 동맥을 절단해서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도 주변 사람이 알게 되어서 응급실로 실려가 목숨을 구했다. 병수의 부인도 똑 같이 마음고생을 하다보니 혈압이 높아져서 350이 넘는 때가 많다고 한다. 혈압약을 먹어도 크게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보였다. 물론 그의 잘못이라면 잘 알지도 못하는 부동산경매에 뛰어들어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무조건 믿고 제대로 금전거래를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법을 원망하고 있었다.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에 대한 원망도 많이 하고 있었다. 자신의 사건을 처리했던 검사와 판사 모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이미 다 끝나버린 상태였지만 그의 한은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과거지사다. 사기를 당하고 손해를 본 것 역시 과거의 일이다. 다시 되돌이킬 수 없는데, 그런 과거의 일로 인해 현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잃어간다는 것은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지는 않는다. 지나간 과거를 잊어버리고 다시 한번 새출발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유지 관리제도 (0) | 2007.10.17 |
---|---|
경희동서신의학병원 (0) | 2007.10.16 |
재혼남과 재혼녀(14) (0) | 2007.10.16 |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0) | 2007.10.15 |
재혼남과 재혼녀(13) (0) | 2007.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