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동서신의학병원

경희동서신의학병원

가을사랑

아침에 상일동에 있는 경희대학교동서신의학병원에 갔다. 동네에 이 병원이 있어 너무 편하다. 주차장도 넓을뿐 아니라 발렛파킨도 해주어 편리하다. 치과병원은 4층에 있다. 치아에 대한 X-Ray를 찍었다. 위 아래 치아가 모두 나온다. 이부분을 찍어놓은 것은 무척 흉했다. 신체를 뜯어서 사진을 찍어놓은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고 보기 흉하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뼈만 엑스레이를 찍어놓으면 어떨까? 위장을 내시경으로 찍어놓으면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의학기술이 발당해서 X-Ray나 MRI를 촬영해서 사람의 신체 내부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사람의 몸뿐 아니라 사람의 속마음까지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거짓말탐지기가 있지만 그건 아주 제한적인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사람의 속마음을 알수 없게 한 것은 다행일지 모른다. 만약에 연약한 사람의 마음을 사전에 모두 다 알아버린다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까?

 

상대방이 나를 진정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엑스레이처럼 정확하게 들여다보면 결혼생활은 몹시 달라질 것이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충성심을 꿰뚫어볼 수 있다면 그 직원은 즉시 해고가 될 것이다. 사기꾼은 사기를 치지 못할 것이고, 피해자는 방심하고 아주 편하게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인간에게 축복이 아닐까?

 

스케일링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이를 자세하게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만성치주염이라고 한다. 앞으로 몇 번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이를 제대로 닦는 방법을 배우고 이사이칫솔을 받아왔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씩 배우고 잘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시켜놓고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다. 이곳 커피가 맛이 있다. 작은 찻집인데 매우 깨끗하다. 밖에는 장애인콜택시와 와서 손님을 태우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 의자가 밖으로 나와 손님을 태우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의자를 움직이는 기계는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택시기사가 리모콘을 가지고 작동하고 있었다. 타는 사람도 아주 힘들게 택시를 타고 있었다. 의자가 올라가자 문을 닫고 택시는 출발했다. 몸이 불편해서 그런 식으로 택시를 타는 것을 보니 사람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서초동 사무실에 가서 일을 보았다. 대학원에서 논문준비를 하는 원생 한 사람이 찾아왔다. 논문준비과정을 지도해주었다.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 원생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석사학위를 받으면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처럼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이 좋아서 해야 된다. 그를 보면서 나도 평생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3시반경 사무실을 출발하여 학교에 갔다. 학교 가는 길에 하늘이 파랗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중랑교쪽으로 나갔다. 동부간선도로는 아름다운 강변도로다. 강변에 가을꽃들이 많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꽃들의 가을은 내게도 가을이었다. 꽃들이 느끼는 가을을 나도 똑 같이 느끼고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시 가을날씨를 만끽했다.

 

돌아와서 집근처에 있는 무안낙지집으로 갔다. 새로 오픈한 횟집인데 손님들이 많았다. 음식도 깔끔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청하를 마셨다. 술기운이 약간 올라오니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 식사를 한 다음 하남종합운동장으로 갔다. 운동장에서는 라이트를 켜놓고 사람들이 정식으로 축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상당한 수준의 경기였다. 나는 한동안 그 축구경기를 구경하였다. 관람객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선수들뿐이었다. 산보를 하는데 날씨가 무척 선선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