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가을풍경
가을사랑
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어제 밤에는 무척 쌀쌀했다. 그러나 오늘 낮에는 다시 날씨가 풀린 것 같았다. 오후에 교회를 갔다가 검단산에 갔다. 산행을 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오후 4시경인데도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단풍이 제법 많이 들었다. 은행나무도 은은한 노란색을 띄고 있고, 많은 나무들이 색깔을 달리하고 있었다.
모처럼 등산을 해서 그런지 힘이 들었다. 심호흡을 해가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검단산을 올라가려면 돌을 많이 밟아야 한다. 가파른 경사길이라 돌이 많이 나와있다. 땀을 흘려도 곧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면 땀이 식는다. 약수터까지 갔다. 약수물이 생각보다 덜 차가웠다. 약수물을 마시니 가슴속이 다 시원하다. 내려오면서 보니 5시반쯤 되었는데 길거리에 행상들은 철수를 하기 시작했다. 해가 짧아졌다는 증거다.
덕풍동 밭에 갔다. 고구마를 캤다. 덩굴을 제대로 손을 보지 않아 덩굴이 중간중간 잔뿌리를 내려 어디에 고구마가 있는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농사짓는 법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한뿌리에서 고구마나 서너개씩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땅콩도 그렇고, 무도 뽑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배추는 아직 한달이 더 있어야 한다고 한다. 흙에 손을 묻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스럽게 느꼈다.
유선생님 내외분을 만났다. 창고사장님들은 또 손님들과 회식을 하고 있었다. 명일동으로 가서 투투치킨집에서 생맥주를 마셨다.
사람들은 대부분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커다란 고민 없이, 깊은 고찰 없이도 잘 살아간다. 하루 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해타산을 따져가면서 산다. 그래도 살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잘 살아갈 수 있다. 별 고통 없이 평범하고 재미있게 한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냥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고, 장사를 하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한다. 돈을 벌고, 저축을 하고, 집을 넓혀나간다. 세상재미를 느끼고 주변에도 친구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 세상에서 출세도 하고 명예도 얻는다. 건강을 유지해가면서 남들보다 잘 살고, 대접을 받으면서 살다보면 나이가 든다. 그것을 지극히 당연한 삶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삶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원죄의식을 가지고, 종교에 몰입하고, 죄의식에 빠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더군다나 종교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종교는 또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다른 데 눈을 돌리지 못하게도 한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 그것처럼 비참한 경우는 없다.
어차피 유한한 인간이 영원을 추구하고, 현실에서의 덧없음을 깨닫고,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면서 느껴지는 실망감, 욕망은 채울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환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무엇인가 절대적인 존재에 대해 알려고 하고, 그에 의지하는 마음이 종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