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조사(2)
가을사랑
검사는 왜 뇌물공여자를 압박하는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기사건, 공갈사건, 폭력사건 등과 같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범죄사실을 입증하려고 애쓰는 범죄와는 달리 뇌물사건에서는 검사 혼자서 외롭게 범죄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형사소송법상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다.
검사는 당사자들로부터 자백을 받던, 물적 증거 또는 인적 증거를 발견해 내던 A라는 사람이 B라는 공무원에게 B의 직무의 대가로 금품을 주었다는 범죄사실을 밝혀내야 할 형사소송법상의 책임이 있다. 이러한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검사는 그러한 뇌물사건을 기소할 수도 없고, 기소하게 되면 무죄판결이 선고된다.
피의자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소극적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소극적인 사실은 피의자가 증명할 수도 없는 성질의 것이다. 모든 범죄에서 마찬가지다. 강간사건에서는 강간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 정황증거 등을 통해 A가 B를 강간했다는 적극적인 사실을 증명하게 된다. 거꾸로 A에게 B를 강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라고 하면 이는 불가능한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물론 범죄현장에 자신이 있지 않았다는 알리바이의 입증을 통해 소극적 사실을 증명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알리바이가 입증되었다고 해서 범죄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살인사건이나 교통사고 등과 같은 제한적인 경우에 불과하다. 뇌물사건에서는 뇌물공여자가 주장하는 뇌물공여 일시 장소에 공무원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뇌물공여자는 다시 말을 바꾸어 일시 장소를 변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알리바이 증명은 별로 효과가 없어지고 만다.
뇌물사건에서 뇌물공여자를 회유하거나 압박하는 것이 뇌물공여사실에 대한 자백을 받는 가장 효과적이고 관행적인 방법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검사는 처음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공무원을 수사해서는 자백을 받지고 못하고 뇌물사건수사에 있어 실패하고 만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아직도 100% 청렴하지 않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이권부서에 있는 공무원을 상대로 뇌물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게 되면 아주 어리석은 수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뇌물을 받았다고 순순히 자백을 하겠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는 뇌물공여자를 기술적으로 수사해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때 뇌물공여자에게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겠다든가, 현재 재판받고 있는 사건에 대한 구형을 줄여주겠다든가, 공무원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부추기든가 하는 식으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자백을 받아내려고 노력한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처음에는 비자금, 횡령, 탈세 등을 조사하다가 나중에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돈을 준 사실을 밝혀내려고 장기간 수사를 하거나 압박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 자칫 잘못하면 검사는 뇌물공여자로부터 무리한 추궁과정에서 허위의 공여자백을 받아낼 위험성이 있다. 뇌물공여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검사의 주문사항대로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이 많다. 남이야 죽든 말든 자신이 우선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간의 본능이 작용할 수 있는 극한상황에 빠져있는 뇌물공여자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무원에게 모든 짐을 넘겨버리는 이기심이 발동하는 것이다.
뇌물사건의 위험성이 바로 이곳에 있다. 뇌물사건은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가 뇌물을 주면서 자기앞수표로 주고, 영수증을 작성하겠는가? 뇌물을 주고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목격자를 만들어놓겠는가? 뇌물은 아주 은밀한 장소에서 두 사람만이 알게끔 은밀하게 주고 받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성교를 한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듯이 뇌물을 주고 받은 흔적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아니 의도적으로 증거를 만들지 않고, 증거를 없애며, 뇌물에 대해서도 현금으로 주고 받고, 받은 사람은 돈세탁을 하거나 차명계좌를 통해 보관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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