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조사(3)

 

가을사랑

 

 

진실이 왜곡되는 위험성

 

뇌물사건 수사에 있어서 쉽게 적발되는 사례는 수표로 뇌물을 받는 경우이다. 수표란 그대로 추적이 되기 때문에 수표를 받아 사용하면 쉽게 추적이 된다. 또한 거액의 현금을 받아 공무원의 계좌에 입금시키면 수사가 쉽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뇌물이라든가 탈세를 한 비자금이라든가 하는 돈은 수표로 사용하지 않고, 돈세탁을 하든가 현금으로 사용한다.

 

간통사건에 있어서도 고소인이 호텔방을 급습하면 간통을 한 두 사람은 성교사실에 대한 증거를 모두 치워놓고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앉아 있다. 침대 시트도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말끔한 차림의 옷을 입고 앉아 있으면 간통죄의 현행범이라고 볼 수도 없고, 간통의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그런 상태에서 경찰이 고소인의 말만 듣고 신체검증이라는 강제수사를 단행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일단 무슨 간통의 객관적인 혐의가 엿보이는 정황이 되어야 강제수사를 통해 여자의 신체검사를 산부인과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심히 기이히 여기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서넛이 있나니, 곧 공중에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자취와 반석 위로 기어다니는 뱀의 자취와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한 자취며, 음녀의 자취가 그러하니라. 그가 먹고 그 입을 씻음같이 말하기를 내가 악을 행치 아니하였다 하느니라(잠언 30:18~20) 이처럼 성경에서도 독수리의 자취, 뱀의 자취, 남녀의 간음자취, 악행의 자취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물적 증거가 없는 뇌물사건은 수사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뇌물을 주었다는 공여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할 만한 정황증거의 확보를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사람들의 진술이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꾸며질 수 있고, 맞추어질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뇌물사건에서 공여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 아니면 상대 공직자에 대한 원한을 풀기 위해서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물고 늘어지다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게 만든 역사적 경험이 있다.

 

뇌물공여자가 돈을 주었다고 진술할 때 검찰에서는 일단 그 진술을 믿고 수사를 하게 된다. 검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뇌물공여자가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자백하게 되면 그 자백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검사는 강한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 뇌물공여자가 한 자백에 전적인 신빙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데 촛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뇌물을 주었다고 검사 앞에서 자백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석연치 않은 경우가 많다.

 

간통사건 수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처벌받게 되는 간통사건에서 어느 한 사람이 간음했다는 사실을 자백하면 검사는 그 피의자의 자백을 무조건 믿게 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간통자백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과 짜고 돈을 뜯어내려는 유부녀의 간통자백이 그렇다.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한 사람이 간통사실을 자백하면 그 사건은 일사천리로 처리가 된다. 

 

검사는 어렵게 뇌물공여자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기 때문에 흥분하게 된다. 특수부 검사가 아니면 이런 뇌물사건에서 공여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러한 수사성과를 상부에 보고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언론에 알려지게 된다. 언론은 이를 공개하게 되고, 이때부터 사실상 공개수사가 된다. 고위공직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은 피의사실인데도 불구하고 기소 전에 공표되기 시작하며, 언론이 반복해서 보도하게 되면 그러한 혐의사실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언론은 빠른 속도로 뇌물사건의 보도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한다. 사법처리 및 긴급체포, 사전구속영장청구, 공직사퇴 등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이런 언론의 압박에 의해 고위공직자는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사표를 내야하며, 명예는 훼손되고, 사실상 매장되는 상황이 된다. 극단의 경우에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른 공직자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건은 더욱 극적인 상황에서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게 되며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되는 화제거리가 된다.

 

물론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억제하는 사회감시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조사받는 피의자의 인권, 수사하는 검찰의 효율적인 수사목적 등을 감안할 때 언론의 자유 역시 다른 가치나 목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뇌물공여자는 공무원과 친밀하게 지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은밀한 관계를 잘 알고 있다. 뇌물공여자가 이러 이러한 방법으로 뇌물을 주었다고 상세하게 진술하면 검사는 무조건 그의 말을 믿게 된다. 그러면서 사실상 뇌물공여자에게 수사를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그의 진술에 끌려다니는 형국이 된다. 도중에 뇌물공여자가 진술을 번복하게 되면 모든 것이 끝장나기 때문이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세청장 조사(5)  (0) 2007.11.05
국세청장 조사(4)  (0) 2007.11.03
국세청장 조사(2)  (0) 2007.11.03
국세청장 조사(1)  (0) 2007.11.01
스와핑(swapping)-5  (0) 2007.1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