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조사(4)

 

가을사랑

 

 

뇌물사건에서 무죄가 많은 이유

 

검사는 뇌물공여자를 아주 극진하게 예우를 갖춰주며 수사협조자로 최대한의 배려를 해준다. 뇌물공여자가 구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는 극한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이기 때문에 검사의 말을 잘 듣게 된다. 구속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체면이고 무엇이고 없는 경우가 많다.

 

물적 증거는 전혀 없는 상황에서 뇌물공여자의 말밖에 없으면 그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상식이나 경험칙에 반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검사가 의문점을 제기하면 뇌물공여자는 검사에게 법을 배워가면서 자신의 진술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다시 수정한다.

 

이런 과정을 수 없이 반복하다 보면 뇌물공여자는 검사 이상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뇌물공여사실을 법원에 가서 판사 앞에서 논리정연하게 입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의 사실에 대해서 자꾸 말을 맞추다 보면 뇌물공여자 스스로 자신의 거짓말에 심취하여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이 거짓말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뇌물공여진술이 허위이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있고, 일부는 완전히 조작되거나 모함에 의한 경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소위 생사람을 잡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억울한 혐의를 받게 되는 뇌물수수혐의피의자는 법원에 가서 필사적인 노력을 해서 무죄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에 가서 뇌물수수자의 반대증거와 탄핵에 의해 뇌물공여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져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뇌물죄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현직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에서 소환하여 조사하는 것 자체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물론 공무원의 뇌물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여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부정부패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하고,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공직자가 솔선수범하여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공무를 수행해야 한다. 뇌물은 주어서도 안 되고, 받아서도 안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뇌물사건의 수사에 있어서는 검찰의 수사방식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 뇌물공여자의 자백에만 의존해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객관적으로 뇌물공여자의 자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너무 성급하게 뇌물수수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법칙을 잊어서도 안 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언의 취지를 되새길 필요도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공직에서 쫓겨나고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수사와 재판을 받고 나서 무죄를 받는 공직자의 고통과 한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적 증거가 없는 뇌물사건에서 수사는 아주 신중한 태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수사기밀을 유지하면서 수사의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 언론에 성급하게 알려 동네 장기를 두듯이 공개수사방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수사에 있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을 검찰에서 수사할 때는 처음부터 각 정당에서 난리를 친다.

 

언론은 이를 재미있게 보도하기 시작한다. 수사를 받는 쪽에서는 정치적인 탄압이라고 하고, 표적수사라고 한다. 반대 정파에서는 철저한 수사를 강력하게 요청하며 생각처럼 수사가 진도를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봐주기수사, 축소수사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수사초기부터 검찰수사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특별검사법안을 추진한다고 어름짱이다. 그래서 과거에 몇 차례 특별검사제도를 활용해 보았지만 결과는 생각처럼 특별한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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