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조사(5)

 

가을사랑

 

 

진정한 검찰의 독립은 무엇인가?

 

언론이 수사의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고 피의사실 및 수사진행상황을 계속해서 보도하면 검찰은 그런 언론보도를 확인하기에 바쁘다. 검찰은 여론으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아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충분한 증거 없이, 무죄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무조건 재판에 회부해서 밀어붙이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소위 책임을 면하는 수사방식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면 법원의 태도를 비난한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면 또 법원을 비난한다.

 

언론에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설사 시나리오가 사실이라고 해도 수사를 통해 그러한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을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 하에 수사를 하지만, 그런 사실은 법적으로 통제를 받아가면서 하는 수사에 의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사과정은 피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많은 통제장치가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책임을 지게 된다. 그래서 수사는 조심스러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의 독립은 정치적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로부터도 독립해야 하지만, 더 나아가 언론이나 여론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도 자신의 소신을 지킬 줄 알아야 진정한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검찰수사과정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부당한 지시에 대해 직권남용죄가 적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수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세청장은 검찰조사에서 뇌물수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에 반해 뇌물을 주었다는 정 씨의 일관된 진술과 관련 정황을 근거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검찰은 국세청장이 뇌물사실을 부인하더라고 관련 증거에 의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 언론보도다. 그러나 실제로 국세청장을 소환조사한 다음 검찰의 태도는 종전의 언론보도와는 달리 매우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현금으로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공여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정 씨는 전 청장에게 돈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이미 진술을 해놓았다. 그러나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 검찰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 청장 부부와 자녀, 친인척 등의 예금계좌 50여개의 입출금 내역을 분석했다고 한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의 진술과 그에 대한 정황증거는 있으나, 막상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없는 경우 법원에 가서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돈을 주었다고 해도 관행적인 상납이었다면 뇌물죄의 적용 여부가 문제된다.

 

국세청장에 대한 이번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어려운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그동안 많은 뇌물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되었다. 무죄판결을 받은 공직자는 징역은 살지 않게 되었지만,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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