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범죄(Politics & Crime)
가을사랑
BBK 전 대표인 김경준 씨가 미국에서 강제송환되어 귀국했고, 검찰수사를 받은 다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김씨에 대한 개인적인 범죄사실만으로 구속영장은 청구되었지만, 김씨의 주가조작사건에 이 후보가 관련되었는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논쟁이 뜨겁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폭탄이기에 여야 정치권은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건처리를 둘러싸고 항상 시비가 생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각 정당에서는 대조적인 주장을 내세우게 된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논란이 된다. 검찰의 태도는 비난받게 되고, 중립성을 의심받게 된다.
정치인 사건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수사는 완전히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여론의 반응이 뜨거워진다. 때문에 검찰이나 법원은 여론의 강한 압력을 받게 될 위험성이 있다. 아무리 공정하게 수사한다고 해도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 정치인사건이다.
금년처럼 검찰수사가 정치권과 맞물려서 시끄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동국대 교수 신정아 씨 학력위조의혹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 배후로 밝혀지고 구속까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으로 출국했던 신정아 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신정아 씨와 변양균 정책실장 사이에 주고 받은 이메일이 검찰에 의해 압수되고, 그 내용으로 보아 부적절한 애인관계이었던 것으로 알려지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어느 일간지는 신정아 씨의 누두사진 관련 기사를 실어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담당 부장이 사직을 하고, 그 일간지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처음에는 기각되어 커다란 파문이 일었고, 압수수색영장도 기각되어 검찰과 법원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종국에는 두 사람은 구속기소되었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는 청와대 비서관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마침내 전군표 국세청장이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구속되었다. 참으로 쇼킹한 사건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김경준 씨가 범죄인인도절차에 의해 한국에 인도되었고, 신정아 씨와 마찬가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수갑을 찬 채 나타났다. 온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그는 검찰청으로 옮겨졌고, 수사를 받은 다음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김씨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다. 김씨의 사건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한달 남은 대선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치와 범죄 사이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치란 권력과 연결되어 있다. 정치인은 정당을 통해 권력을 잡게 된다. 권력은 어떠한 경우라도 남용될 위험성이 있다. 권력의 남용은 범죄로 이어지게 되고, 권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는 그 적발도 어렵고, 처벌이 어렵다. 사법부에 의해 처벌되어도, 종국에는 권력에 의한 사면으로 끝내지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정치와 범죄의 연관작용은 이를 둘러싼 무수한 정치적 논쟁을 유발시키게 된다. 정치인들은 정치와 범죄를 중요한 정치적 투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믿고 결사적인 공격을 하게 된다. 이에 언론이 가세하면 사태는 급격하게 확산되고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검찰은 항상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은 어느 때고 동일하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조직에서 야당에 유리한 수사를 할 리는 없다고 믿고 있다. 항상 집권당과 청와대를 위해 수사방향을 잡고, 그에 따라 수사확대나 축소수사를 할 것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이에 반해 청와대나 여당에서는 검찰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사실 수사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자백을 받는 일도 쉽지 않고, 수사가 시작되면 이해관계인들의 말맞추기, 증거인멸 은닉, 중요한 참고인들의 수사협조거부 등으로 인해 사실관계를 밝혀내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언론에서 모든 수사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공개수사형태가 되면 더욱 그렇다.
모든 비난은 검찰에게 향해진다. 그래서 특별검사를 임명하자는 주장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거론된다. 검찰 역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려들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다 보니 수사의 타이밈을 놓치기도 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을 일부 발표해서 검찰의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정치와 범죄, 기업과 범죄에 대한 상호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단계다. 정치인과 기업인, 검사의 정치적, 경제적, 법률적 관계가 수준높게 정착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혼란이 생기고 있다.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끝났지만 청와대에서 공식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현재와 같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정치와 범죄, 기업과 범죄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찾고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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