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의 별(a star in my heart)


가을사랑



겨울이 한껏 깊어가고 있었다. 낙엽의 추억도 모두 사라지고, 가끔 눈이 내리는 시간에 우리는 또 겨울에 몰입하고 있다.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쌓았던 2007년 시간의 탑이 세모의 거리를 떠도는 영혼들을 바라보고 있다.

 

꿈을 꾸었던 순간들은 행복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꽃잎을 뿌리던 시간들은 힘든 공간을 초월할 수 있었다. 겨울바람이 가슴에 푸근하게 와 닿는다.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의 무게를 느껴본다. 삶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우리는 또 사슴의 시선을 따라 창공을 맴돈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내 마음을 들어왔다 나갔던 수 많은 일들과 사람들의 말들과 표정, 그 속에서 우리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도 했고, 쓰라린 경험도 얻었다. 순간 순간 나를 스치고 지나갔던 사람들의 알 수 없었던 마음들이 나를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한 사람의 영혼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밤하늘을 비추고, 짙은 구름까지 거두어갔던 그 찬란한 빛의 위력은 신화처럼 겨울에 다시 찾아왔다.

 

때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나누어야 한다. 그 누군가에 우리가 살아왔던 힘든 여정에 대해 털어놓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 인생을 그 누구와 나누는 것이다. 삶을 공유하는 시간은 우리 영혼의 쉼터를 제공해 준다. 털어놓아라. 그러면 당신의 삶은 가벼워질 것이다. 멍에를 나누어 메는 일이다.

 

지나간 과거 때문에 상심하지 말아라. 아무 의미 없는 과거의 일에 연연하면 불행이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모든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남의 일처럼 객관화시켜라.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며 삶을 퐁요롭게 하는 방법이다.

 

I have often told you stories about the way I lived the life(나는 당신에게 내가 살아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다).  Deep Purple이 불렀던 노래 Soldier of Fortune에 나오는 구절이다.

 

서로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라. 그리고 그 길이 힘들었음을 인정하고 위로해 주어라. 어차피 혼자서 힘들게 살아왔던 그 삶의 여정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가시가 있었을 것이고, 아름다운 정원의 꽃도 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길은 대개 비슷하다. 다만 굴곡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성탄절 오후에 주은을 데리고 외출을 했다. 겨울 날씨가 너무 좋았다. 올림픽공원에 가서 걷다가 호돌이 열차를 타기로 했다. 열차정류장에서 30분 가량 기다렸다. 열차는 20분마다 떠난다. 표를 사놓고 기다리면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겨울 커피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저물어가는 시간에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었다. 정류장 옆에서 사람들이 다섯 팀 정도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한 동안 구경을 했다. 장기를 보면 옛날 아버님과 장기를 두던 추억이 떠오른다. 잘못 두었을 때 물러달라고 사정을 했던 일, 차포를 떼고 두다가 점차 맞수가 되었던 일, 장기알을 한 두 개 잃어버리면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두던 일들이 기억난다.

 

호돌이 열차를 타니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추웠다. 열차에서는 계속해서 동요들이 울려 퍼졌다. 아주 옛날 들었던 동요들도 꽤 있었다. 공원에서는 브라운 아이즈의 공연이 있다고 준비를 한참 하고 있었다. 야광봉을 하나 사주었다. 세 가지 색깔이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참 잘 만들었다.

 

공원에서 나와 가락시장으로 갔다. 성탄절이라 그런지 많은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 꽃게를 사고, 연어알을 샀다. 한 식당에 들어가 방어회를 시켰다. 찹쌀떡을 팔러 다니는 사람의 음성이 정겹게 들려왔다. 찹 ~ ~ 쌀 ~떡이다. 상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가슴 속에는 반짝이는 별 하나가 숨어있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그 별은 때로 잊혀져 있었지만, 어둠과 함께 다시 반짝이는 별이었다. 별을 사랑하면서 나도 내 삶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밤은 길어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겨울밤에는 우리의 사랑을 껴안고 함께 먼 길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저 먼 별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겨울에는 유난히 별이 많이 보인다. 겨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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