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의 의미 


가을사랑 



방석이란 한자로 方席이라고 쓴다. 모 방, 자리 석이다. 모가 난 자리라는 뜻이다. 방석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언제 어느 지역에서 방석이 만들어졌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우리 생활에서 방석은 항상 가까이 있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도 의자 위에는 방석이 놓여 있다. 식당에 가도 방석이 깔려 있는 곳이 많다. 


방석은 앉아 있을 때 우리의 신체를 편하게 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딱딱한 온돌방에서 방석이 없으면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방석은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표현하고 있다. 손님이 오면 방석을 꺼내 놓는다. 옛날 왕과 신하의 방석은 달랐을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방석을 제공하지 않는다. 군대에서도 방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방석은 언제나 밑에 깔려 있는 낮은 자세를 하고 있다. 그것이 방석의 운명이다. 방석은 자신의 위에 모든 대상을 올려놓고 있다. 밑에 깔려서 위에 있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방석의 존재이유다. 그런 점에서 방석은 낮은 자세, 내려놓음, 겸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방석은 표가 나지 않는다. 바닥에 붙어서 그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무겁고 힘이 들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방석은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려앉는 자세, 겸손, 인내, 포용 등의 장점과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편안함, 봉사, 건강에 대한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나타내기도 한다. 아마도 옛날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준비를 할 때 방석을 만들어 깔고 앉았지 않나 싶다. 오래 앉아 책을 읽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방석은 모자와는 다르다. 모자는 항상 머리 위에 쓰여진다. 신체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모자는 항상 세련됨과 우아함, 고귀함을 추구하고 있다. 모자는 신분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구별한다. 군대에서도 계급장을 모자 정면 앞에 부착한다. 자신의 신분을 알리는 것이다.


운동경기에서도 모자는 팀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야구시합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왕관은 금으로 만들어 머리 위에 얹어 놓는다. 모자나 왕관은 방석의 존재를 하찮게 본다. 그러나 모자나 왕관은 머리에서 벗어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방석은 계속해서 그 사람과 붙어 있다. 모자나 왕관은 방석처럼 오랜 시간 사람과 붙어 있을 수 없다. 


방석은 동양적인 문화가 아닐까 싶다. 동양인들의 은은함이 몸에 배어 있는 측면이 있다. 갈수록 방석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많다. 대중교통수단에서는 방석이 사라졌다. 방석 대신 의자 자체를 푹신하게 만들어 놓았다. 일반 의자도 마찬가지다. 온돌방 대신 침대를 사용하고, 쇼파를 사용하게 되니 방석은 더욱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방석 위에 앉을 때에 우리는 그 방석을 준비한 사람의 성의를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석이 주는 편리함과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방석은 우리의 교만심에 경각심을 울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방석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붙어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사람들은 방석에 몸을 대고 꿈을 꾼다. 

우리가 꾼 아름다운 꿈들은 방석에 침전된다.

그러므로 방석은 꿈의 호수이면서 삶의 기록이다.

세라믹을 소재로 한 것은 방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꿈속에서는 방석을 누르고 있지만,

깨어있을 때에는 소중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평소에 소홀히 다루고 있는 방석이

쉽게 깨지고 변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미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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