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 조선 비치 호텔


가을사랑



아침에 사무실을 들르지 않고 김포공항으로 곧 바로 갔다. 올림픽대로를 따라 달리는 길은 한강이 보여서 좋다. 햇살에 강물이 은빛으로 빛이 났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나를 잊으면서 달렸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모든 것을 버리면, 마음은 가벼워진다. 모든 것을 낮추면, 마음은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2월도 다 지나가는 겨울의 막바지다. 조금씩은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지의 빈 자리에는 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겨울과 봄의 경계선에서 강물은 애매모호했다. 11시 40분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공에서 내려다 보는 산천은 의연했다. 듬직하게 보였다.

 

김해공항에 도착해서 리무진버스를 탔다. 웨스틴조선호텔까지 가는 버스였다. 버스 요금은 6천원이다. 좌석도 넓고 편안했다. 부산시내에 들어가는 동안에 차분하게 구경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서울과 다른 그 무엇을 발견하기 위해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그러나 별로 다른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호텔에서 회의를 마치고, 오킴스(O'kim's)라는 경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있으니 전망이 참 좋았다. 앞에 소나무가 몇 그루 있고, 시원한 바닷물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인데도 사람들이 해변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해운대웨스틴조선비치호텔 커피숍에서 찍은 해운대 모습이다

 

 

다시 리무진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부산 시내를 더 구경하려고 했는데 졸려서 눈을 감았다. 7시 20분 비행기를 탔다. 어두움 속에서 야경을 보려고 창가에 앉아 밖을 계속 내다보았다. 아래로 불빛이 보였다. 고도 6,700미터라고 방송이 나왔다. 시속 680킬로미터라고 한다.

 

불빛은 이내 사라지고, 어둠만이 계속되었다. 가끔 작은 불빛들이 보였다. 작은 마을 같았다. 밤에는 불빛만으로 도시와 시골이 구별되었다. 산과 들은 구별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흔적은 불빛에 의해서 확인될 수 있었다. 불빛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머물고 있었다.

 

불빛은 곧 사랑이었고, 사랑은 불빛에 감싸여 있었다. 김포에 가까이 오니 불빛은 갑자기 타오르는 것처럼 밝아졌다. 도착지였다. 모든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비행기를 마중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분주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다시 강변을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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