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일대일 비밀대화를 한 경우
가을사랑
법이란 매우 복잡한 사회적 규범이다. 일반 사람들이 법을 잘 모르고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법을 위반해 놓고 그러한 법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변명한다고 해서 처벌하지 못한다면 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때로 예상치 못했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어떤 사람 A 가 인터넷 상에 자신의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P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 B와 블로그 상에서 일대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방식은 두 사람만 볼 수 있는 비밀대화였다.
이와 같은 일대일 비밀대화에서 A는 B에게 제3자인 C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여 알렸다. A로부터 C에 대한 허위사실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B는 이러한 허위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렸고, C는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 A를 상대로 인터넷을 통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취지로 형사고소를 하였다. 즉 피고소인 A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고소인 C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사는 A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동법 제61조 제2항)로 기소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피고인 A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무죄판결을 선고한 이유는 피고인 A가 B와 나눈 대화는 피고인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로서 공연성이 없으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검사는 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쟁점은 인터넷 개인블로그 상에서 다른 한 사람과 일대일 비밀대화를 나누면서 제3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알린 것이 공연성이 인정되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 태도이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대법원 1990. 7. 24. 선고 90도1167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와 같은 논거에서 위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심이 판시한 위 일대일 비밀대화란 피고인이 인터넷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과 사이에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그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한 대화를 일컫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 대화가 인터넷을 통하여 일대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그가 당연히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원심이 판시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대화가 공연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이 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 ○○과 피고인 및 피해자 사이의 관계, 그 대화 당시의 상황, 위 대화 이후 ○○의 태도 등 제반 사정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한 다음, 과연 ○○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여 공연성의 존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대화가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2.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즉 대법원은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일대일로 대화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의 요건인 공연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비밀대화라고 하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킬 소지가 있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대화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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