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한 풍경들


가을사랑


평생을 그림 그리며 살아온 원로 화가 한 분을 만났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었다. 중학생 때 작성한 몇 권의 노트를 보았다. 생물 노트에는 신체기관을 칼라로 잘 그려놓았다. 마치 교과서를 그대로 복사한 것 같았다. 음악 노트에는 악보를 정확하게 그려놓았다. 글씨는 활자체 같고, 그림은 아주 상세했다.


고등학교 대신 사법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나중에 고등학교 교편을 잡으면서 30년을 보냈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에 6개월 정도의 기간에 2천장의 그림을 그렸다. 지금까지 그 많은 자료를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그 분의 그림은 매우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6미터 짜리 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가의 열정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J 선배님을 만났다. 르네상스 호텔에 있는 이태리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아무도 그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모든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행복과 불행을 혼자만이 느껴야 한다. 그것을 진정으로 공유할 수 없다는 데에 인간의 고독이 있다. 원초적인 불행이 있는 것이다.


혼자 열심히 살아간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유익성을 설명하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KTX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았던 창밖의 풍경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다. 3월인데도 밖에는 흰 눈이 쌓여 있었다. 그 사이를 열차가 달려가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풍경 속에 내가 지나쳐 가고 있었다. 재래시장에서 파전과 함께 먹은 막걸리는 진한 맛이었다. 우리의 인생의 쓴맛을 모두 담은 것처럼 가슴속에 들어왔다. 세상 어디에나 인간의 살아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퍼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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