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원당암

 

가을사랑

 

갑자기 합천에 볼 일이 생겼다. 그래서 주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시간에는 경부고속도로가 많이 막혔다. 오전 10시경 서울을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를 거쳐서 대전-진주고속도로를 탔다. 중간에 함양에서 대구방면으로 들어갔다. 거창을 지나 조금 가면 해인사 IC가 나온다.

 

합천군 가야면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었다. 정 원장님이 운영하고 있는 토광요를 찾았다. 가야면 구원리에 있는 도자기공장이다. 정 원장님이 직접 만든 자기들을 감상했다. 8년 전부터 꾸준히 작업을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점심식사를 했다. 냉이 등과 같은 싱싱한 야채를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나무를 때서 고기도 구웠다. 막걸리맛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해인사 원당암을 방문했다. 옛날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때는 작은 암자였는데 지금은 무척 커졌다. 내가 공부하던 방이 여전히 있었다. 감회가 깊었다. 세월이 빠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는 인근에 있는 가야산관광호텔로 가서 사우나를 했다. 물이 아주 좋았다. 다시 토광요로 돌아와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거의 2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 황토방에 나무로 불을 때는데 너무 뜨거웠다. 창문을 열면 밤하늘이 너무 아름답고, 밤공기도 무척 시원했다.

 

개 한 마리가 개집에 묶여 있었다. 밤에는 산짐승 때문에 개가 많이 짖는다고 한다. 묶여 있는 상태에서 산짐승의 기척을 느끼면 개는 얼마나 공포심을 느끼게 될지 궁금했다. 무척 불쌍해 보였다.

 

산 중터에 자리 잡고 있는 황토방은 공기가 참 좋았다. 사방은 아주 캄캄했다. 세상에서 많이 단절되어 있는 상태였다. 별로 TV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사색을 하고 싶었다.

 

보살님 말씀을 들으니 묵언수행을 두 달 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두 달 동안 거의 몇 시간 잠을 자지 않고 수행을 한다고 한다.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일까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갔다. 바람이 무척 차가웠다. 참꽃이라고 불리우는 진달래꽃이 조금 피어 있었다. 황량한 겨울을 지내고 생명의 꽃을 피우는 식물이 무척 귀엽게 보였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성주IC로 들어가서 중부내륙고속도를 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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