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판사의 주홍글씨 (2)
가을사랑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는 1850년 미국의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이 발표한 소설이다. 청교도 목사인 딤즈데일은 헤스터와 간음한 뒤 계속 위선적인 행동을 하고, 간음한 헤스터에게는 A라는 붉은 낙인을 찍는다.
이미 160전에 미국의 한 소설가가 날카롭게 지적한 대로 인간은 누구나 죄 앞에서 무력하다. 그것이 살인이나 절도, 강간과 같은 범죄가 아닌 낮은 등급의 범죄, 또는 반사회적인 패륜, 반윤리의 측면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취약하고 때로는 그것에 대한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하며, 때로는 가혹한 경향을 보인다.
만일 이번 사건에서 주인공이 판사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아무런 뉴스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지하철에서 몸과 몸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다소 성추행을 했다고 해도, 모두 검거되어 문제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적발이 되었다해고 그냥 벌금이나 받고 말았을 것이다.
문제는 주인공의 신분이었다. 그는 현직 판사였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회의 엘리트계층이다. 그는 법을 공부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과정을 거쳐 판사에 임명이 되었다.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일과 달리 다른 사람의 분쟁을 판단하는 일이며, 형사사건에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법에 따라 판단하고 처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도덕적 절제심을 상실한 상태에서 10여분을 보냈다.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감성이 이성을 억누르고 부도덕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욕정을 못하고 처음 보는 낯선 여자를 상대로 몸을 밀착시켰던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면 정말 수치스럽고 기분 나쁜 일이다. 아무런 애정 없이,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의 육체를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상대방 여성은 분개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도 느꼈을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도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기야 지하철에서 남자가 여자의 몸에 다소 밀착했다고 해서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입장을 바꾸어 젊은 남자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늙은 여자가 갑자기 달라붙어 몸을 밀찰하면서 육감적인 쾌감을 느끼고 있다면 남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당연히 기분 나쁘고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되며, 인간의 저속한 성욕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성적 관계는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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