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판사의 주홍글씨 (3)
가을사랑
성추행판사는 이미 사회적으로 주홍글씨를 가슴에 받게 되었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른다.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하철을 타면 가끔 안내방송이 나온다. “혼잡한 지하철에서는 도난사고나 불쾌한 신체접촉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나온다. 나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다니는데 주로 선릉역 부근을 지날 때쯤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조심하게 된다. 혹시 소매치기가 내 지갑을 빼가지 않을까? 그리고 혼잡한 출퇴근시간에 다른 여성의 신체에 본의 아니게 접촉이 되어 오해를 받지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나는 이런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노약자석 부근으로 간다. 아니면 남자들이 많이 있는 곳에 끼어 있으면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혹시 이상한 여자가 오해해서 성추행을 했다고 큰소리를 치면 당하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황당해도 어쩔 수 없이 성추행범으로 몰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성희롱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사전에 조심을 하지 않고 편하게 여성들 앞에서 성적 농담을 하거나 회식 후에 따로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에 가다 보면 사단이 생기는 것이다.
성추행은 매우 일방적인 관점에서 처리된다. 피해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상세하게 진술하면 아무리 부인을 하고 변명을 해도 여성의 진술을 믿고 그대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성추행판사의 심리상태는 가히 공황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추행을 하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경찰관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피해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을 해서 증거가치가 있을 때 판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만일 그런 일이 없었더라며, 그리고 그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더 나아가 피해 여성이 귀찮아서 피해진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법원에 출근해서 재판을 하였을 것이고, 다시 집에 돌아와 평온한 가운에 쉬면서 잠을 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순간에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다. 언론에 의해 커다랗게 보도가 되었고, 직장에서는 망신을 당했으며, 가족 역시 하루 아침에 판사직을 그만 두고 주변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는 죽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이 그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는지 통곡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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