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물안개
가을사랑
겨울은 어느 사이에 우리 곁에 가까이 와서 숨을 쉬고 있었다. 곧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다. 언제나 눈을 내릴 수 있는 겨울은 사랑을 가득 담고 있다. 겨울에는 사랑이 숨을 쉬며, 따듯한 체온을 나누어준다.
사람들은 겨울이면 언제나 차안에서 커피를 마셨다. 차속은 곧 스타박스나 카페베네와 같은 공간이었다. 커피의 향기는 차안을 가득 채웠다. 커피를 마시며 삶속에서 찾아낸 보석들을 서로 나누어 손에 쥐었다. 손에 가득 찬 보석들은 창밖으로 넘쳐 흘렀다. 그 흔적들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있었다.
서로가 살아온 길은 달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모든 것이 일치한다. 사랑을 나누고 있는 시간에 오직 중요한 것은 현재의 모습뿐이다. 사랑할 때는 오직 현재에 집착하라. 모든 초점을 지금 이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호젓한 산속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냥 바라보는 얼굴에 담겨있는 진실한 의미, 그것은 사랑이고, 애정이었다. 수은등 불빛이 겨울을 밝히고 있었다. 왠지 수은등마저 사랑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처럼 푸근하게 보였다.
이른 아침 강물에 피어나는 물안개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그야말로 진실한 사랑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강물을 뒤덮고 있는 안개의 향연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그곳에서 사랑을 위한 기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은 물안개를 보며, 사랑이 그와 같이 아름답게 되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물안개처럼 해가 뜨면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물안개가 사랑의 순수성과 영원성을 동시에 상징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처럼 들렸다. 하지만 아름다운 물안개는 두 사람의 가슴속에 영원히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소양강에서도 해가 뜨기 직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의 새벽 공기를 맞으며 사람들은 걸었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치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꿈에 젖어 있었다. 겨울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