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가을사랑
모욕(侮辱)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업신여겨 욕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누구라도 내 아버지를 모욕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라는 표현에서 모욕의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다.
그런데 형법에서 처벌하려는 모욕죄에서 모욕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된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에 대하여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여 성립하는 범죄로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 또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참조).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욕설을 했을 때 그 언어적 표현이 과연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또는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경우 행위자는 피해자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비방하기 위한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나, 그러한 비방의 표현을 하게 된 배경과 경우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무조건 가해자가 자신을 욕되게 하였으므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만 믿고 수사하거나 기소해서는 안 된다.
판례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먼저 검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피고인을 기소했다.
<피고인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송실에서 ‘전 회장(피해자)의 개인적인 의사에 의하여 주택공사의 일방적인 견해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에 …’라고 기재되어 있는 유인물의 내용을 방송함으로써 피해자를 공연히 모욕하였다>
① 검사 및 원심판결의 해석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의사에 의하여 주택공사의 일방적인 견해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에”라는 표현은 마치 피해자인 전 회장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임차인대표회의를 운영하면서 주택공사와 유착되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주민들의 이익을 도외시한 것처럼 오인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② 대법원의 해석
홍보문안에 나타난 전후문맥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욕적 표현으로 적시한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의사에 의하여 주택공사의 일방적인 견해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에”의 중심적 의미는, 임차인대표회의의 회장이었던 공소외 2가 개인적 판단에만 기울어서 주택공사와의 관계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주택공사의 견해에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8.12.11. 선고 2008도8917 판결).
③ 판례 평석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참조).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발언의 내용인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넘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비판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그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검사는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를 했다.
<피고인은 MBC 방송 '우리시대'라는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교사)를 대상으로 하여 방영한 '엄마의 외로운 싸움'을 시청한 직후 위 프로그램이 위 피해자의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방송하였다는 이유로 MBC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시청자 의견란에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도록 "오선생님 대단하십니다", "학교 선생님이 불법주차에 그렇게 소중한 자식을 두고 내리시다니.. 그렇게 소중한 자식을 범법행위의 변명의 방패로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 가지 더 견인을 우려해 아이를 두고 내리신 건 아닌지.. "라는 글을 작성ㆍ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바, 피고인이 게시한 글 중 특히, "그렇게 소중한 자식을 범법행위의 변명의 방패로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는 등의 표현은 그 게시글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교사인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동기나 경위 및 그 배경에 관하여, 그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그에 대한 느낌과 이를 방송한 방송사와 피해자와의 가치관이나 판단의 차이에 따른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박이나 반론을 구하는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옳은 것이다.
나아가 그 글의 전체적인 내용도 "불법주차와 아이를 차에 두고 내린 어머니로서의 과실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제공을 피해자가 하였고, 그 방송된 내용은 개인적인 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견인업체 등의 잘못을 탓하며 자신의 범법행위를 변명하고 있다."는 취지로서, 그 전제한 객관적 사실관계는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의 내용에 기초한 것이고, 이러한 의견 또는 판단 자체가 합당한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까지 할 수 없다.
그 방송 후에 충주시청 홈페이지와 MBC 홈페이지에 그 프로그램의 방영 취지나 피해자의 주장에 찬성하는 글과 함께 피고인의 글과 유사한 취지의 글이 적지 않게 게시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그렇게 소중한 자식을 범법행위의 변명의 방패로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는 표현은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이기는 하나, 그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는 할 수 없고, 그 글의 전체적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표현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러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고인의 표현은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에 나타난 기본적인 사실을 전제로 한 뒤,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견인업체와 피해자의 책임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 피해자가 충주시청의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충주시장의 공개사과 등을 계속 요구하고, 방송에 출연하여 그러한 내용의 주장을 펴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점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박이나 반론을 구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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