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협박죄 처벌의 필요조건

 

가을사랑

 

어떤 사람이 대통령에 대해 인터넷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욕설이 포함된 내용의 글은 마지막 경고도 담고 있다.

 

<네×과 네×의 개인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가족에게 칼을 내미는 순간, 네×들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네×에게 던지는 조언이 네×과 네×의 가족 그리고 네×의 수하들이 그나마 목숨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문제된 글의 내용 -

 

현직 대통령에 대한 위와 같은 내용의 인터넷상의 글을 게재한 사람에 대핸 검찰이 협박죄로 재판에 회부했다. 과연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어떠한 판결을 선고하게 될 것인가?

 

물론 위와 같은 인터넷상의 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고소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자신에 대해 협박성의 글을 인터넷에 게재한 사람을 직접 고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보수 성향을 가진 특정 단체가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고발장이 들어왔으므로 검찰에서는 수사를 했고, 그에 따른 결론으로 기소처분을 했다. 이제 행위자는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고, 법원은 그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쟁점 1> 협박행위에 해당하는가?

 

형법상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고지한 해악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이어야 한다. 즉 고지된 해악이 상당한 정도의 내용이어야 한다. 범인이 피해자에게 고지한 내용이 적어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이므로 구성요건해당성을 판단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겁을 주는 언사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협박죄의 보호법익이 개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범인이 피해자에게 알려준 해악(害惡)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는 정도에 해당해야 비로소 협박죄의 협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범인이 고지한 해악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전혀 실행가능성이 없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되는 협박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협박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고지되는 해악의 내용이 대단히 중요하다.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단순한 욕설만으로는 협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예컨대, ‘입을 찢어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협박이 아니라 단순한 욕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86.7.22. 선고 86도1140 판결 참고).

 

이 사건에서 행위자는 대통령에게 ‘너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목숨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이 글의 취지는 매우 애매하다.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라는 취지는 일반적인 표현인 ‘죽이겠다’ ‘죽여버릴 것이다’라는 표현과는 다소 다르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판례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이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 아니면 단순한 욕설에 불과한 것이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될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는 위와 같은 발언이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한 것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해당하므로 협박죄에서 말하는 협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래서 기소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반대의 견해는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렸다고 해서 대통령이 잘 보지도 않을 것이고, 만일 보았다고 해서 자신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겁을 먹을 리도 없으므로 결국 공포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협박죄의 미수범 성립과 관련되기도 한다.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 생겼을 때 협박죄는 기수에 이른다. 이른바 침해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해악을 고지했지만 피해자가 그 정도의 해악의 고지로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면 이는 미수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형법학자들의 견해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위와 같은 인터넷상의 글을 보고 아무런 겁을 먹지 않았다면 적어도 협박죄의 기수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대통령이 겁을 먹었느냐 아니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선행적으로 위 글이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당한 정도의 겁을 줄 수 있는 내용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느냐 하는 점에 있다. 대통령이 현직에 있고, 설사 퇴직했다고 해도 수사기관 및 경호담당자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대통령에 대한 목숨에 대한 위해를 가할 것과 같은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 대신 이와 같은 행위는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욕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쟁점 2> 반의사불벌죄인 협박죄에서 피해자인 대통령의 처벌 의사 여부

 

협박죄는 폭행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에는 검사가 마음대로 처벌할 수 없는 죄에 해당한다. 이것을 어려운 말로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라고 한다.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일본식 용어다.

 

이 사건에서도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할 때 만일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협박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검사는 협박죄로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다. 법원에 회부가 된 경우에도 법원 역시 피고인을 처벌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는 대통령에게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가, 아니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가 하는 점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의 입장은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가 있을 때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데, 그런 의사표시가 없다면 기소가 가능하다. 그런 이유에서 이 대통령에게 처벌 의사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의 주장은 형식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폭행죄나 협박죄를 처벌함에 있어서 직접적인 피해자가 고소나 고발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수사를 해서 기소하면서 피해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특히 처벌에 관한 의사표시를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일은 거의 없는 현실에 비추어 검찰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신분에 따라 처리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군부독재시대나 권위주의적 정부에서는 몰라도 오늘날과 같은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피해자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이나 장관 등과 같은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특별한 사유 없이 특별취급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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