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는 어떻게 무죄를 받았을까?
가을사랑
여자 검사가 남자 변호사와 연인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벤츠 승용차를 선물로 받았다. 또한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하고 대금 결제는 변호사가 했다. 물론 여검사와 남자 변호사가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검사로서의 윤리의식이나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 보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는 남자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해서 여자 검사가 사건 담당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승용차를 받고 신용카드를 빌려 사용했으므로 뇌물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여자 검사를 구속했다.
여자 검사는 피의자를 수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입장에서 하루 아침에 피의자의 신세로 전락했고,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현직 여자 검사가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녔고, 그 벤츠는 애인인 유부남 변호사가 사준 것이며, 애인 변호사를 위해 사건청탁까지 했다는 언론 보도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어떤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듯한 스토리가 우리 사회에서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아, 세상에 별 희한한 일이 다 있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예전과 같은 윤리의식이나 행동의 한계가 무너졌구나!’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고시에 붙어 검사까지 된 여자가 현직에 있으면서 유부남과 연애를 하고 벤츠까지 몰고 다니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와 명예, 쾌락을 추구하는 일그러진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의 도덕의 붕괴현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검찰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비난이 거세게 일자 검찰에서는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즉시 여검사를 구속시켰고, 뇌물죄를 적용해서 재판에 회부했다. 물론 처음부터 여검사에게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지만,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구속기소하는 방향으로 떠밀려간 감이 없지 않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되었다. 여검사가 임신중에 있었기 때문에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설명도 뒤따랐다.
그 후 검찰에서는 더 큰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졌다. 부장검사가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었고, 초임검사가 검사실에서 여자 피의자와 유사성행위를 했고 모텔에서 성관계까지 가졌다는 사건이 발생해서 온 국민을 경약에 빠뜨렸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유의 사건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건이 계속 터지자 여자 검사의 벤츠 사건은 상대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덜해진 듯했다. 그런 가운데 항소심에서는 여자 검사에게 아예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오직 법적으로 판단했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가가 보다 상세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과연 여검사의 행위는 죄가 되는 것인가, 아닌가?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무죄가 되는 사건을 검찰에서는 왜 구속까지 하고 난리를 쳤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죄가 안 되면 검찰에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해서는 안 된다. 그냥 여검사를 징계에 회부해서 파면시키고 형사문제는 보다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것은 법치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서 엄격하게 형사재판을 해서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어떻게 1심과 항소심이 그렇게 완전히 다른 판결을 선고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재판부에 따라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이 사건의 내용을 사실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단순하다. 벤츠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므로 직무관련성, 대가성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넷째, 무죄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여검사는 다시 검사로 복직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검사는 무죄판결로 국가로부터 형사보상도 받을 수 있다. 과거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고 복직한 검사도 있었던 전례가 있다. 여검사는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점도 궁금하다.
다섯째, 현직 여검사를 구속기소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검찰의 현재 입장은 무엇이고, 어떤 반성을 하고 있을까?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인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법원에서 엉터리 판결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어떠한 범인이라도 유죄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 또한 무죄판결은 그 범인이 절대적으로 공소사실을 범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것이며, 법관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소사실의 부존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사법제도 하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사람을 구속기소하고 법정에 세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여론이 시끄러워도 인신구속과 재판회부를 함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법과 원칙, 양심에 입각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과연 충분한 심리를 해서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재판을 한 것인가도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철저히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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