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가산점제 부활 논의

 

가을사랑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게 보너스 점수를 주는 군 가산점제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내린 것처럼 적합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방부와 국회에서는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군 가산점제는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도 위헌성을 제거하거나 감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다시 위헌결정이 뒤따를 것이 명확하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 이미 14년 전에 폐지한 제도를 새삼스럽게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공연히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키고,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소외감을 부추길 뿐이다. 군 가산점제도가 시행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대 군인의 취업기회를 특혜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그 만큼 절대 다수의 여성과 심신장애가 있어 군복무를 할 수 없는 남자들의 취업기회를 박탈하거나 잠식하기 때문이다. 제대 군인에 대한 특별 배려를 하기 위하여 제대 군인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법익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에 위반되는 제도라는 사실은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판정을 받았고, 그 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동일한 의견으로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위헌성을 고려하여 정원 외 추가합격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그러한 방안 역시 양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질적으로 헌법위반성을 면할 수 없으며, 중장기적으로 가산점 추가 합격자수를 고려한 모집정원 축소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헌법을 수호하는 최고의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공무원채용시험은 국가가 능력주의와 평등원칙에 입각해서 공개적으로 실시해야 하는데, 군 가산점제는 제대 군인을 지원하려는 입법정책적 법익을 넘어서 우리 헌법이 강도 높게 보호하고자 하는 고용상의 남녀평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는 제대 군인에게는 가산점을 주도록 법에 의해 강제할 수 없고, 공무원시험에서만 강제하게 된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등고시 등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오직 7급과 9급 시험에서만 적용한다. 그 자체가 불합리하고 법익균형이 잡히지 않는 제도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군 가산점제가 최우선적으로 적용되는 7급과 9급시험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뮬레이션 분석 자료에 의하면 이 제도의 시행으로 제대 군인 수십만명 가운데 불과 100명 정도가 혜택을 보아 떨어질 제대 군인이 합격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결국 극소수의 제대 군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국방부에서 절대 다수의 여성과 사정상 군대를 가지 못했던 남자, 장애인 등으로 하여금 공무원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불안감에 떨게 만들고, 성차별이나 고용차별 등의 시비를 공연히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셋째,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제도이다. 가산점제도는 공직수행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는 성별 등을 기준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진출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2011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9%로 남성 73.5%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치이다. 2011년 기준 여성비정규직 비율은 61.8%로 남성 비정규직비율 40.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2009년 기준 남녀간 임금격차는 38.9%나 남성이 높다.

 

가산점제가 적용되는 공무원시험은 여성과 장애인에게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정경쟁영역으로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적 관행으로 인해 공정한 취업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여성 및 장애인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넷째, 채용시험은 어디까지나 필기시험이나 실무테스트, 면접시험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대 군인을 시험을 통하지 않고, 과거에 사무관으로 특별채용하는 것은 몰라도 수많은 다른 응시자들이 함께 시험을 보는데 갑자기 군에 갔다 온 사람에 대해 가산점을 주어 당락을 뒤바꾸는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제대 군인 후보자에게는 가산표를 2% 주어 당선시킨다고 하면 얼마나 불합리하다고 할 것인가?

 

물론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마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배려를 해주는 것이 많다. 징병제를 두고 있거나 모병제를 채택하는 나라 모두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서 많은 특별 배려를 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남북대치상황에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고, 젊은 시절에 21개월 동안 군복무를 함으로써 사회활동이 단절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받는 제대 군인에 대해 국가는 절대적으로 지원하고 혜택을 주어야 한다.

 

지난 1999년 군 가산점제가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된 이후, 정부에서는 제대 군인에 대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황대출 이자 지원, 군복무 중 학점 취득인정 등을 시행하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혜택 기간 확대, 국민건강보험료 가입 및 보험료 대납, 대학 학자금 융자 법제화, 군복무 기간 둥 취업준비를 위한 직업훈련이나 사회적응을 위한 학습 시스템 구축 및 취업지원체계 확립과 병영생활 개선 등을 지원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장기적 검토 정책으로 사병 급여의 현실화, 군복무 기간 단축, 모병제로의 점진적 전환 등도 제시되고 있다.

 

현재의 병역제도는 그동안 수많은 부정적 사례, 즉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자녀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역면제처분을 받음으로써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고, 무기도입과 관련한 예산낭비, 리베이트 수령 등 범죄행위가 계속되어 국민적 신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 군인을 지원하기 위한 수많은 합리적인 방안을 추진하지 않고, 굳이 이미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된 낡은 제도, 더욱이 다른 사회적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태도라고 보여진다.

 

병역의무를 이행한 애국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헌법이 보호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으며, 모든 제대 군인에 대하여 보편적이고 실질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으로 추진됨이 마땅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