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가 수사대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가을사랑


Ⅰ. 들어가는 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4명이 숨지는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무리하게 선박을 개조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었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가 났다. 아산시에서 신축하던 둔포테크노벨리 오피스텔은 준공검사를 앞두고 20도 경사로 기울어졌다.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일차로 건축주와 시공업자가 조사대상이 된다. 건축물을 설계 감리한 건축사 역시 설계나 감리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수사를 받게 된다. 수사한 결과 고의나 과실이 밝혀지면 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되거나 징역을 살기도 한다.


불구속이나 집행유예, 또는 벌금을 받더라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전과자가 되기 때문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건축사가 전과자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치욕이다. 쁀만 아니라 자격제도로 운영되는 이들은 일정한 기준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다.


여기에서는 ‘건축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리고 ‘수사나 재판절차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에 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Ⅱ.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


신문 지상을 보면, 가끔 의사나 변호사도 구속이 된다. 의사가 중대한 과실로 의료사고를 내거나 변호사가 당사자에게 위증교사를 하거나 증거인멸을 하는 것이다. 사건브로커에게 소개비를 주거나, 매출을 속여 거액의 소득세탈세를 하였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기도 한다.


건축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명예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설계하여 완성된 건축물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본연의 업무인 설계감리를 법과 규정에 따라 하고, 그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면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건축사가 교통사고를 내거나 음주운전을 하여 형사입건되는 경우는 있어도, 절도나 횡령, 성폭력범죄 등 일반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축사는 설계감리라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직무상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설계감리를 잘못하여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게 된다.


의사나 건축사는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인사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추궁 당한다. 의사는 의사 자신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인데 반하여, 건축사는 시공업자가 부실하게 함으로써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조사를 받게 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건축물에 관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전방위 수사에 들어간다. 시공업자나 담당공무원뿐 아니라, 설계와 감리를 맡은 사람들까지 조사대상이 된다.


Ⅲ. 어떠한 경우에 형사책임을 지는가?


건축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건축법이나 건축사법, 형법 등에 특별한 범죄구성요건이나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것이다. 모든 범죄는 범죄행위 이전에 법률에 명확하게 어떤 경우에 어떤 처벌을 하겠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내용이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설계감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각종 주의의무는 건축법과 건축사법 등에 규정되어 있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사가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할 때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첫째,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법 제106조 조항이다.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설계 감리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 감리를 잘못하여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무겁게 처벌된다. 고의가 아닌 업무상 과실로 인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에 처해진다.


둘째, 건축사가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되어 공무원의 직무를 대행하는 경우 허위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로 처벌된다. 이와 같은 업무를 대행하면서 금품을 수수하면 뇌물죄로 처벌된다.


셋째, 건축사가 인허가신청업무를 대행하면서 관계공무원에게 돈을 쓴다는 명목으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변호사법위반죄가 된다. 실제로 공무원에게 그 중 일부를 건네주면 뇌물공여죄로 처벌받게 된다.


넷째, 건축사가 법인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매출을 누락하거나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하는 경우 조세포탈 또는 업무상횡령죄 등으로 처벌된다.


다섯째, 건축사 사무실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의 부당행위, 임금이나 퇴직금 미지급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여섯째, 다른 건축사가 설계한 설계도서를 모방하여 설계한 경우 건축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형사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


Ⅳ. 성수대교 붕괴사건은 어떻게 사법처리되었나?


1994. 10. 21. 07:30경 성수대교 제5번과 제6번 교각 사이의 에스트러스의 수직재 48미터가 끊어져 붕괴되어 한강으로 떨어졌다. 버스 등에 타고 있던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하였다. 이중 32명이 사망하였다. 성수대교는 교각 위에 Anchor Truss를 설치한 후 앵커트러스에 Cantilever Truss를 가설하고 양 교각의 씨트러스 사이에 Suspended Truss를 달아매는 방식으로 가설하는 Gerber Truss 공법을 사용하였다. 이 다리는 1979년 10월 15일 준공된 것으로 15년만에 붕괴되었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설계도서를 가져다 놓고 제대로 공사를 했는지, 공무원들은 공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설계를 한 건축사는 설계과정에서 하자가 없었는지, 구조계산을 제대로 했는지, 감리자는 감리를 철저하게 했는지, 교량에 대한 사후유지보수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대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 등의 유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또한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정한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행위의 결과까지도 포함하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 및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의 공소시효도 이 사건 붕괴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판단하였다.


Ⅴ. 삼풍백화점사고에서도 설계감리자가 처벌되었다


삼풍백화점붕괴사건에서는 지하 4층 지상 5층의 삼풀백화점 대형유통시설이 붕괴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대법원은 삼풍백화점 건물의 구조적 특성상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건축계획을 세우고 구조계산을 비롯한 건축설계, 골조 및 마감공사 등 건축공사공정, 건물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건물의 구조안전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에는 ① 건물 신축 당시 구조계산담당자가 설계도상 기둥의 내력 및 슬래브 단면의 내력을 부족하게 계산하고, 건물기본계획상 옥상에 설치하기로 예정된 냉각탑 3개에 대한 구조계산을 누락하였고, ② 설계감리담당자는 구조설계도면 작성시 옥상의 냉각탑 설치에 따라 달라질 구조계산을 설계도면에 반영하지 아니하였으며, 기초공사시부터 건물 완공시까지 공사감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③ 골조공사담당자는 슬래브의 상부인장철근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4-6㎝ 정도 가라앉은 상태로 시공되게 함으로써 슬래브의 유효두께를 감소시켜 내력을 심히 떨어뜨림으로써 예정된 철근콘크리트골조의 강도와 내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 데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이러한 이유로 설계감리자, 구조계산담당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하였다.


Ⅵ. 최근 발생한 대형안전사고

1999년 6월 30일 화성에서 발생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무려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도 건축사 한명이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았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이 사건에서 설계 감리책임자인 건축사에 대해 금고 1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되었다. 건축구조기술사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2014년 10월 17일 판교 소재 유스페이스 건물 앞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보던 관람객 27명이 환풍구 덮개 지지대가 붕괴되면서 지하로 추락하여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상해를 입은 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은 붕괴 사고가 ① 환풍구시공 및 감리관계자들이 당초 감리 승인받은 상세시공도면과 달리 임의로 설계를 변경하여 시공․감리한 과실, ② 행사당일 행사관계자들이관람객들이 환풍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관리조치를 하지 않는 등 행사진행과정에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사고로 판단하여 2015년 3월 23일 행사관계자 1명을 구속기소하고, 시공․감리관계자 6명 및 법인 3개, 행사관계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축법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2015년 10월 2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사건을 수사한 결과, 실화자, 아파트 건축주 겸 시공자, 감리업무 담당 건축사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는 실화자, 부실시공자, 감리를 소홀히 한 감리자의 총체적인 과실이 경합해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Ⅶ. 업무대행건축사의 형사책임


허가권자는 건축법에 따른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사법 제23조에 따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허가권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자는 현장조사·검사 또는 확인결과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만일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장조사 검사 또는 확인결과에 대한 보고를 거짓으로 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가권자는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정당한 수수료 이외에 부정한 금품을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받게 되면 뇌물수수죄로 처벌하게 된다.


Ⅷ. 수사나 재판에 대응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살면서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무슨 일이 있어서 수사기관에 불려가게 되면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게 된다.


법처럼 불완전한 제도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증거재판주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사람이 증인이 되는 것이므로 거짓말과 허위 과장이 많아 위험하다. 그래서 억울하게 징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도 이와 같은 근원적인 법과 제도의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건축사는 변호사와 달리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공학도로서 건축에 관한 설계와 감리 등의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법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없는 편이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찰에서 형사사건으로 입건하여 건축사를 상대로 출석요구를 하거나 수사에 착수하면 건축사는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자신이 설계감리를 담당했다고 하면 먼저 과거 자료를 찾아서 혹시 법과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조사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상의하여 경위서 또는 해명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막상 피의자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되면 당황하거나 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횡설수설하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무조건 설계감리상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고 책임을 추궁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설계감리를 할 때 아무리 건축주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그것을 인정상 받아주지 말고 철저하게 설계를 하고, 감리를 하여야 한다. 특히 구조계산의 문제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계산을 외부에 용역주었다고 해서 설계감리자에게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쉽게 확인되거나 발견될 수 있는 구조계산상의 잘못을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면 설계감리자도 공동책임을 지게 된다. 업무대행건축사의 경우에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해명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대질조사를 통해 상대방의 허위주장을 밝히고, 거짓말탐지기 측정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뇌물사건이나 배임수증재사건의 경우처럼 금품수수에 관해 쌍방의 주장이 정반대로 다를 때 이른바 정황증거가 매우 중요하다.


업무대행건축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건축사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즉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법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많고, 수사기관에서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 처벌받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억울하게 벌금을 검찰에서 청구하면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다투면 된다.


Ⅸ. 맺는 말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추진중이다. 이 방안 중에는 벌점 총량제뿐 아니라 건축관계자 처벌 대상의 확대 및 처벌 수준 강화도 포함되어 있다. 경찰에서는 업무대행건축사를 무더기 입건하였다.

 

건축사는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를 하고 감리를 제대로 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대행건축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설계나 구조계산도 철저하게 하여 건축물 안전에 위험요소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감리를 맡은 사람은 건축주나 시공업자의 사정을 봐주다가 나중에 책임을 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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