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상금의 의의와 산정방법
가을사랑
Ⅰ. 글의 첫머리에
지난 몇 달 동안 ‘건축사’ 잡지에 건축사분들이 알아 두면 좋을 것 같은 글을 연재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여러 건축사분들로부터 격려의 전화를 받았다. 건축사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건축사회로부터는 총회 때 ‘건축사가 알아야 할 법률상식’에 관하여 직접 와서 특강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사실 법이라는 것은 골치 아프다. 변호사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사람의 사건을 위임받아 ‘용병(傭兵)으로 대신 싸우는 입장이 되어도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 당사자와 함께 긴장하고 초조한 심정이 된다.
소송은 그야말로 총칼만 안 들었을 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이다. 소송에서 지면, 형사사건에서는 징역도 가게 된다. 민사에서는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기게 된다. 서로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절하게 싸우는 것이 바로 법적 분쟁이다. 변호사도 그런데 건축사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분쟁이 생기면 정말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이런 법적 분쟁을 두려워해서 조심하다 보면 사업도 하기 어렵고, 사회생활을 하기도 어렵다.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단 사업을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법적 분쟁을 겪어보면 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우 조심하게 된다.
건축사가 설계나 감리를 맡아 관여하게 되는 건설 또는 건축공사에 있어서 종종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이 문제가 된다. 건축사가 설계감리업무를 약정한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하여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의뢰인은 건축사를 상대로 지체상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럴 때 쉽게 합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게 된다. 건축사는 소송에 신경 쓰다 보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 소송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이래 저래 보통 손해가 아니다. 상대방이 지체상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청구하면 파산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공사의 경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건설이나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지체상금‘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사와 관련 되는 사항에 관하여는 보다 중점을 두고 설명하기로 한다.
Ⅱ. 지체상금이란 무엇인가?
지체상금(遲滯償金)이란 함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을 때, 의무불이행기간을 계산하여 일정한 금액을 손해배상하기로 정한 그 금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건축공사를 하면서 도급계약서에 일정한 기한까지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면 하루에 공사도급금액의 1/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배상하기로 하는 금액이 지체상금이 된다.
지체(遲滯)라는 용어는 이행지체의 의미다. 상금(償金)이라는 용어는 배상금(賠償金)의 의미다. 이행지체배상금을 줄여서 지체상금이라고 한다. 건설건축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이라 함은 수급인이 약정한 기일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아니한 경우에 도급인에게 지급하기로 정해놓은 손해배상액을 말한다.
특히 건설이나 건축과 관련된 도급계약에서 이러한 지체상금 문제가 많이 생겨난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모든 계약에서 이러한 지체상금에 관한 특별조항을 둘 수 있다. 건축사에 대해서도 설계나 감리계약을 체결하면서 제대로 약정한 기한 내에 설계 또는 감리업무를 종료하지 못하는 경우 그에 대한 건축사의 손해배상금액을 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도 지체상금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Ⅲ. 지체상금을 정하는 이유
지체상금조항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주 입장에서 볼 때 공사의 완성기한이 매우 중요하다. 건축주는 공사업자와 사전에 협의하여 공사를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고, 완공까지 얼마의 기간이 필요한지 따져보고 공사를 시작한다.
그래야 자금도 준비할 수 있고, 건물사용시점을 예상해야 분양도 하고, 건축주 자신이 입주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사업자는 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하게 공사기간을 예상해서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약정한 기한 내에 공사가 끝나지 않아 준공검사도 받지 못하고, 사용도 할 수 없게 되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난리가 나게 된다. 건축자금을 대출받은 경우에는 상환이자도 부담이 된다. 분양이나 입주가 차질이 나면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된다. 공사가 지연되면 자연히 추가공사비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지체상금조항을 둠으로써 공사업자를 강하게 구속하여 공사기한 내에 공사를 끝내도록 부담하는 수단을 두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에 관한 특별조항을 넣게 된다.
Ⅳ. 지체상금 약정할 때 유의사항
지체상금조항은 어떠한 법적 효과가 생기는 것일까? 계약서는 매우 중요한 법적 문서다. 당사자 간에 체결되는 계약은 그로 인해 직접적인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계약에 따른 의무는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다.
이처럼 계약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당사자 간에 아주 무섭고 직접적인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권리와 의무에 관한 내용을 담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한 조항, 한 구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문구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냥 보지도 않고 도장을 찍는 사람도 많다. 나중에 자신은 계약서를 잘 읽어보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에서는 이런 주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제는 ‘법의 무지’ ‘법에 대한 무관심’ ‘위법성 인식의 결여’ 등에 대해서 법은 용인하지 않는다. 소멸시효제도나 취득시효제도는 자신의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 특히 행정법규위반에 대해서는 법의 무지를 참작해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법률행위를 하거나 거래행위를 할 때에는 법을 알아보고, 계약서와 같은 서류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예정기한을 훨씬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토지상에 토목공사를 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옥외공사이기 때문에 장마나 폭우 등의 기상문제도 있고, 설계변경을 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거나, 공정율과 관련한 분쟁이 생겨 공사대금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건축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 재하청업자와의 분쟁발생 등의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사지연사태가 발생하면 건축주와 공사업자 입장은 전혀 다르다. 건축주는 왜 그렇게 공사가 늦어지느냐고 난리를 친다. 공사업자는 이런 저런 사유를 들어 자신에게는 공사지연의 책임이 별로 없다는 식으로 변명한다. 공사지체상금의 예정액은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공사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래서 자연히 지체상금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Ⅴ. 지체상금을 약정하면 어떤한 효과가 있는가?
지체상금에 관한 특별조항을 두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공사가 지연된 경우 건축주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히 계약불이행으로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공사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얼마의 손해를 보았는지 계산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혼자 일방적으로 손해배상금액을 계산하여 공사업자에게 청구한다고 해도 공사업자는 건축주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약서상에 지체상금에 관한 규정이 없고, 배상금액도 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종국적으로는 법원에까지 가서 소송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법으로 소송을 하라고 하는 것이지, 공사업자나 건축주, 또는 건축사가 소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혼자 연습 삼아 법을 공부해 가면서 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나홀로 소송이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이 들고, 상대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혼자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때에는 하는 수없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혼자 한 것이 자승자박의 형태로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에게 맡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처음 만나 사건을 맡긴 변호사가 과연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것인지 확신도 서지 않고, 실제 열심히 해주지 않는 변호사도 없는 것이 아니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불안하다. 더욱이 건축에 관한 전문변호사가 아니면,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 구체적인 건축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당사자에게 써오라고 시키기도 한다.
한번 소송을 해본 일반인은 두 번 다시 법원이나 검찰청에 안 갈 것이라고 맹세를 한다. 그런데 만일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액’을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에 미리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구체적으로 결정해 놓으면 이러한 분쟁과 소송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사전에 합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약정’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떠한 계약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특별합의를 해놓으면,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및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별도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지체상금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계약불이행이 발생했을 경우, 그러한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의 발생 및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액을 청구하는 사람이 증명하지 않아도 약정에 따라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
Ⅵ. 구체적인 지체상금 약정의 내용
실무에서 도급계약서상 어떻게 지체상금을 정하는 것인가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주 A와 공사업자 B는 건물신축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공기한을 명시한다. 지체상금율은 1일당 공사대금의 1/1000로 정한다. 지체상금은 공사대금에서 공제할 수 있게 약정한다. B는 어떠한 사유로든 추가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다. A에게 책임 있는 사유나 천재지변 등 B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공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B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A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골자로 하는 조항들이 지체상금에 관한 내용이다.
이러한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공사가 지연되면 공사업자는 당연히 지체상금을 배상할 법적 책임이 있게 된다. 이때 지체상금의 계산방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지체상금 = 공사금액 X 지체일수 X 지체상금율> 이것이 바로 지체상금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즉, 총공사금액에 지체일수를 곱하고, 그 다음 계속해서 지체상금율을 곱한다. 그러면 지체상금의 총 금액이 산출된다.
지체상금은 원칙적으로 총공사대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다수 또는 복합건물에 관한 도급계약에 있어서는 지체상금을 계산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다수 또는 복합건물이라도 도급계약에서 건물 전체를 같은 시기에 완성해서 함께 인도받기로 약정을 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총공사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당사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공정율에 따라 각 차수별로 검수를 받아 기성고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계산할 때 공사금액은 차수별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Ⅶ. 지체상금의 청구 및 공사대금정산 방법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수급인이 그와 같은 일의 완성을 지체한 데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수급인이 약정된 기간 내에 그 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여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 수급인은 약정한 손해배상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이 그렇다는 것이지, 공사가 예정 기한보다 지연되었다고 해서 공사업자가 스스로 알아서 지체상금을 배상한다고 나서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공사가 지연되어 완공되면 공사업자는 완공에 따른 공사대금을 청구할 것이다.
건축주는 먼저 공사대금을 전액 다 지급하고 그후 지체상금을 다시 변상하라고 요구할 리는 없다. 당연히 공사가 지연되었기 때문에 공사업자는 지체상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어, 건축주는 지체상금을 계약서에 따라 계산한 후 지체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하려고 할 것이다. 공사업자는 이러한 공사대금을 수령하지 않고,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이때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공사대금지급이 지연되는 경우,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약정해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지연손해금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체상금을 공제한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거나, 공사업자의 계좌에 송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완공시에 지급할 공사대금이 5억원인데,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지체상금이 도급계약서상 약정한 대로 계산해 보면 3천만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건축주는 지체상금 3천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4억7천만원을 공사업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Ⅷ. 지체상금은 감액할 수 있는가?
지체상금의 금액을 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건축주와 공사업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합의가 있으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물론 공사업자의 궁핍, 무경험, 경솔 등의 사유로 현저하게 불공정한 약정인 경우에는 무효가 된다. 또는 건축주가 거짓말로 공사 내용을 속여서 기망을 당한 경우에는 공사업자는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 지체상금약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체상금약정의 무효 또는 취소사유는 거의 생각하지 어렵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체상금이 지나치게 과다하게 약정되는 경우에 이를 감액요청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사업자는 공사를 따기 위한 을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건축주가 부당한 요구를 해도 계약체결 당시에는 그냥 응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실제 공사를 하다 보니 공사기한이 너무 촉박하고, 지체상금으로 약정한 금액이 객관적으로 지나차게 과다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공사업자는 지체상금을 임의로 줄여서 지급하는 것이 가능할까? 건축주와 공사업자 사이에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단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의 금액 또는 상금율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계약의 절대적인 구속력이 있어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귀찮지만 민법 관련 조항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다. 이 조항을 보면,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 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다.
법원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실제의 손해와 그 지체상금액의 대비, 그 당시의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감액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지체상금액을 적당히 감액할 수 있는 것이다.
Ⅸ. 지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는?
공사도급계약에서 계약보증금을 위약벌이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하는 특약이 없는 경우,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도급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도급인이 계약보증금 전액을 청구할 수는 없다.
지체상금약정이 있더라도 무조건 건축업자가 지체상금을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목적물의 준공이 지연된 경우에는 수급인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지체상금에 대한 면책사유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예를 들면, 이른바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은 그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이라고 보지 않는다.
가끔 장마가 오래 계속되어 공사가 지연된 경우 분쟁이 생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공사기간을 약정함에 있어서는 통상 비가 와서 정상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 감안하고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인 강우가 아니라면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 없다.
수급인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기간을 주장 입증하게 되면, 공사가 지연된 기간 중 그에 상응하는 기간은 지체상금배상이 면제된다. 도급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 즉 공사완공을 앞두고 설계변경이 이루어짐으로써 설계변경기간 동안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경우 등에는 지체상금이 면책된다.
도급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 약정의 적용범위를 정하는 것은 도급계약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문제다. 당사자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 그 약정의 내용과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이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아야 한다.
특히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경우 지체상금 약정을 하는 것은 공사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시행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공사의 완성에 장애가 되는 사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도급인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 곤란을 덜고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이화할 목적에서라는 점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다음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시공회사가 약정한 기간 내에 공사를 완공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 시공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도급계약이 해제되고 그에 따라 건축주가 수급인을 다시 선정하여 공사를 완공하느라 완공이 지체된 경우에도 지체상금 약정은 적용된다.
Ⅹ.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분쟁 사례
1. 사례 (1)
건축주가 공사대금의 중도금 지급의무를 일부 불이행하였다. 그러자 공사업자는 잔여 공사를 중단하였다. 건축주는 공사업자를 상대로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청구하였다. 이러한 경우, 공사업자는 과연 지체상금을 배상해야 하는가? 공사업자는 건축주가 기성공사대금을 전액 다 변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였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자신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면제받았다는 항변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하였다. 만약 건축주가 기성고 해당 중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당시 재산상태에 비추어 앞으로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었다면 공사업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또는 건축주의 공사대금지급에 관한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잔여 공사의 완성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건축주의 중도금 지급채무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에 있어서는, 건축주가 기성고 해당 중도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일부 지체하였다고 하여 바로 수급인인 공사업자가 일 완성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건축주가 중도금 지급채무를 일부 불이행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공사업자의 공사의 중단이나 지연에 대하여 공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2. 사례 (2)
건축주와 공사업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만일 공사가 기한 내에 준공되기 어렵다고 인정됨으로써 건축주가 도급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공사업자는 건축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특약을 하였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이 공사가 기한 내에 준공되기 어렵다고 인정된다는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고, 위 특약 규정에 따라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이런 경우 건축업자는 위와 같은 특약을 하였기 때문에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까지 청구할 수 없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위와 같은 특약은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공사업자가 입게 되는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한다는 의미일 뿐, 그때까지의 기성부분에 상응한 공사업자의 공사대금청구권까지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3. 사례 (3)
건물의 신축도급계약체결일은 2014년 11월 10일이다. 건축공사는 2015년 6월 30일 완료하되 2014년 12월 25일까지 지하 및 1층 공사를, 2015년 5월 31일까지는 2층 공사를 완료하기로 하였다. 공사대금은 그 공사정도에 따라 3회에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였다. 공사업자가 건축공사를 중단한 것은 2015년 6월 2일이다. 건축주는 2015년 11월 13일에 이르러 도급계약을 해제하였다(오래된 판결이라 날짜는 그대로 두고, 연도만 최근으로 변경하였다).
도급계약체결당시 공사의 완공이 예정기일보다 지연되는 경우 공사업자는 건축주에게 지체일수 1일에 대하여 총공사 계약금액의 1,000분의 3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건물신축의 도급계약은 그 건물의 준공이라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그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수급인이 이와 같은 일의 완성을 지체한데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수급인이 약정된 기간 내에 그 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는 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약정된 기일 이전에 그 공사의 일부만을 완료한 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약정기일을 넘기고 그 후에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함으로써 일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여 지체상금에 관한 위 약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 그 지체상금 발생의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준공일 익일인 2015년 7월 1일이 될 것이나 그 종기는 건물을 준공할 때까지 무한히 계속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사업자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건축주가 이를 해제할 수 있었을 때(실제로 해제한 때가 아니고)부터 건축주가 다른 업자에게 의뢰하여 이 사건 건물을 완성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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