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설에 관하여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하지만 새로운 수사기구를 만드는 방안은 그 장단점을 따져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공수처의 긍정적 효과는 무엇일까? 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다. ② 검찰의 무소불위의 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견제할 수 있다. ③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예방 및 차단할 수 있다.

 

반면에 공수처의 부정적 효과는 무엇일까? 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② 공수처의 부정부패척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③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분함으로써 자의적인 권한 행사의 위험이 있다.

 

현재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도 의심받고, 검사들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할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검찰은 개혁되어야 하고, 그 일환으로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결국 정치권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중심제 하의 권력구조에서 검찰이 잘못하면 종국적으로는 대통령 책임이다. 대통령이 검사 인사를 잘 하고, 중단에 검사들이 잘못하면 책임을 묻고 경질해야 한다.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

 

반면에 검찰의 수사력은 절대로 약화시켜서도 안 된다. 그리고 검찰권의 행사는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국민적 통제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사법부의 통제, 국회의 견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검찰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현재 검찰이 제대로 못한다고 해서 검찰 자체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지, 반대로 검찰을 무력화시키거나, 별도의 수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수처는 어제 오늘의 논의가 아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공수처 대신 특별검사제도 시행해 보았다. 부정부패방지위원회도 설치해서 운영해 보았다. 뇌물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어 중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뇌물액수가 1억원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다. 작량감경해도 5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도 역사적 경험은 결코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새로운 법이나 제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철저하게 기능하지 못해서다.

 

예방적 차원의 내사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수사를 일시적으로 소나기수사를 하고 종결해 버린다. 문제가 된 사건만을 수사하고 덮어버린다. 범죄수익을 철저하게 몰수하지 않는다.

 

낮은 형이 선고되고, 얼마 안 있어 가석방, 집행정지 등으로 풀어준다. 특히 매년 대규모 특별사면에 의해 법을 완전히 무력하게 만든다. 감방에 갔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 국회의원이 되고, 변호사가 된다.

 

이러한 후진적 형태의 부정부패 대응제도는 우리나라가 매우 심한 편이다. 미국 독일 일본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치룬 나라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뇌물사건을 처리하지 않는다.

 

공수처를 만들면 사회적 거악인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공수처의 인원과 예산은 기존의 검찰조직에 비해 매우 열악하고 제한적이다. 그리고 그 수사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고도의 수사기술을 가진 검찰에 비해 수사성과는 적을 것이 예상된다. 이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많이 지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도 엄청안 국가예산을 들이고 있는 검찰조직을 활용해서 부정부패를 뽑아야지, 왜 또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가?

 

공수처는 기존의 검찰과 달리 수사단서의 기준이나 수사방법을 의도적으로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 예상된다. 조금만 문제가 되어도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무조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의 폭도 대폭 늘릴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면 그 남용으로 인한 폐해는 엄청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비록 고위공직자라고 해도 수사대상자로의 인권보장은 남의 일이 아니다.

 

공수처를 두고 있는 나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몇 나라밖에 없다. 공수처는 혁명과 같은 과도기에 두는 혁명검찰관 같은 제도이다. 삼권분립제도 하에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두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행정부 내의 검찰이나 경찰에서 통일적으로 담당하도록 한다.

 

부정부패의 척결은 결국 대통령이 최고 책임자로 되어 있는 행정부의 책임이다. 그리고 검찰권은 국민 일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가급적 통일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수사절차에서 지나치게 특별취급을 받는 것도 적절치 않다. 고위공직자는 군사법원의 전속적 재판관할권의 대상이 되는 특별신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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