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4-9

명훈 엄마는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우선 은영의 문제는 시간도 끌고, 명훈으로 하여금 은영을 만나도록 해서 낙태를 시킬 작전을 짰다. 그래서 명훈에게 이야기해서 일단 은영을 만나서 잘 지낼 것처럼 하고 시간을 봐서 설득시켜 수술을 하도록 유도하라고 했다.

명훈은 지금 강간사건도 있는 상태라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며칠 후에 명훈은 은영에게 연락을 했다.

“그동안 미안했어. 생각해보니까 내 애기를 가졌는데, 내가 신경을 쓰지 못했어. 미안해. 내가 옷 한 벌 해줄게. 옷 사러 가자.”

“정말. 고마워. 내가 심하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명훈은 은영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주고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텔로 데리고 갔다. 은영은 명훈의 속도 모르는 것처럼 마냥 행복해했다.

명훈은 은영에게 예전과 달리 난폭하게 성관계를 시도했다. 은영은 본능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명훈은 눈치를 채고 무리한 시도를 거두어들였다.

사랑의 모진 운명 4-10

명훈은 은영을 데리고 맥주집으로 갔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은영에게 물었다.

“지금 나 사랑하는 거야?”

“응, 오빠, 많이 사랑해. 오빠만 사랑해. 나 버리지 마! 정말 잘 할게. 아이도 잘 자라고 있어. 오빠 닮은 아이 낳아 똑똑하게 잘 키울게.”

“근데,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듣고,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 할 거 아냐? 지금 나는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엄마 아빠는 매일 이 문제로 싸우고, 나보고 나가서 죽으라고 해. 그러니까 일단 아이를 테어버리고 우리 차분하게 사랑하면 안 될까? 내가 책임질게.”

“오빠, 그런데 내가 오빠를 어떻게 믿어. 그동안 나를 못본척하고 버렸었잖아? 그럼 아이를 수술할테니 혼인신고만 해줘. 그러면 내가 믿을 수 있잖아? 제발 부탁이야. 나도 오빠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아니, 어떻게 지금 학생인데 혼인신고를 해. 그게 무엇 때문에 급해. 사랑은 그냥 믿는 거지. 사람을 못믿고 의심하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했어. 어떤 책에서 읽었어. 나는 그 말을 믿어. 원치 않는 아이를 몰래 임신하고 일방적으로 낳겠다고 하는 건 나쁜 거야? 그러니까 우리 수술하고 앞으로 서로 믿고 잘 지내. 부탁이야.”

“그럼 수술하면, 나를 사랑하고 버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내가 믿게 해줄 방법을 찾아봐. 내가 생각해 볼게.”

“응 알았어.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사랑의 모진 운명 4-11

“그런데, 그 아이 정말 내 아이는 맞는 거야? 나는 몇 번 안 했잖아? 우리 엄마 얘기로는 자기가 다른 남자와 동거도 하고, 낙태수술도 여러 번 했다고 그러던데. 내 애기도 아니라고 그랬어.”

“그건 엄마가 거짓말로 나를 떼어버리려고 거짓말 하는 거야. 믿지 마. 나는 동거도 안했고, 낙태도 안했어. 나는 자기가 첫사랑이고, 처음 섹스를 한 거야. 아이도 처음 생긴 거고. 나는 성당에 다니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 하지 않아. 병원에 가서 같이 확인시켜 줄게. 내가 처녀로서 자기와 첫 섹스를 했다는 사실과 이번이 첫 번째 임신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줄 수 있어.”

“정말 내가 첫 번째 남자고 내 아이가 맞다면 내가 책임져야 해.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자기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명훈은 갑자기 은영의 말이 사실로 여겨졌고,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술에 취했지만, 은영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이 문득 이상한 정을 느끼게 한 것 같았다.

“오빠 내 말을 믿어. 그리고 모든 여건을 초월해서 우리 사랑하면서 잘 살면 좋겠어. 내가 잘 할게.”

명훈 아빠는 다시 검사실로 출석했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들어갔다. 검사는 다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했다.

그리고 제1회 조사받은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해 준 다음,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동해주식회사 박국경 사장을 들어오게 해서 대질조사를 시작했다.

대질조사(對質調査)라 함은 검사가 피의자와 참고인을 동시에 앉혀놓고 조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사랑의 모진 운명 4-12

그러면서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을 참고인에게 ‘피의자가 진술한 이 부분의 진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은 어떠한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참고인이 그에 대해 진술을 한다.

‘피의자가 하는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이렇게 된 것이다. 그에 대한 증거는 이런 것이 있다.’라는 식으로 진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검사는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을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상에, 각각 진술자를 표시하고 진술내용을 기재하는 것이다.

대질조사의 목적은 서로의 주장이 다를 때 두 사람을 동시에 조사함으로써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고소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동시에 조사함으로써 피의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하는 것이다. 많은 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대질조사를 하면 100% 상반되는 내용의 진술을 한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방을 거짓말한다고 주장하고 비난한다. 먼저 피고소인이 말한다. “고소인 저 여자는 입만 떼면 거짓말하는 사람이예요. 악질이예요. 검사님 믿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아요.”

이에 대해 고소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뭐라고! 검사님. 저 여자는 숨만 쉬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와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얼마나 거짓말만 하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지, 정말 무서운 여자예요. 내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데 왜 거짓말을 해요?”

이런 식이다. 뇌물사건에서 대질조사하는 것은 공무원은 돈을 절대로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뇌물을 준 업자는 돈을 주었다고 하니까 두 사람을 동시에 조사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이다.

사랑의 모진 운명 4-13

서로의 주장이 너무 다르면 검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두 사람을 동시에 심리테스트를 하면 진실반응과 허위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수사에 참고자료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거짓말탐지기 측정은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당사자가 거짓말탐지기 측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 못한다.

“동해주식회사 사장은 정상석 사장이 하청을 주고, 하청대금 중 2억 원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았고, 그에 대한 증거로 은행송금자료를 제출하고 있는데 정사장은 왜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는가요?”

“제가 부인하는 게 아닙니다.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그것은 거래업체로서 일시 빌려 쓴 것이고, 나중에 2억 원을 모두 돌려주었습니다. 돈은 일부 자기앞수료로 주고, 나머지는 5만 원 현금을 주었습니다. 지금 증거자료를 찾고 있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닙니다. 저는 정 사장이 하청을 주면서 처음부터 2억 원의 리베이트를 하청대금에서 떼어서 돌려달라고 해서 통장으로 보내 준 것입니다. 그후 정사장이 저에게 반환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정 사장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 사장은 동해 사장이 리베이트 준 사실을 검찰에 신고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왜 저런 진술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앞으로도 동해주식회사와 거래를 하려고 하고 있었고, 리베이트야 업계의 당연한 관행이 아닌가?

사랑의 모진 운명 4-14

리베이트라 함은 이 사건에서처럼 어떤 회사에 공사를 맡기고 공사대금을 20억 원으로 과다책정한다. 그리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

공사를 맡은 업자는 부풀려진 공사대금 20억 원 가운데 실제 자기가 받아야 할 금액인 18억 원은 진정한 공사대금으로 받아 쓰고, 처음부터 돌려주기로 약정했던 2억 원은 이른바 리베이트 명목으로 공사를 맡긴 회사에 현금으로 돌려준다. 그리고 이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사를 맡긴 회사에서는 2억 원을 대표이사 개인 통장으로 받아 개인이 사용한다. 이것은 회사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며, 법인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되고, 탈세가 된다.

정사장은 동해주식회사로부터 2억 원을 개인통장으로 받았던 것인데, 리베이트를 받은 객관적인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에 다시 돌려주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는 5시간에 걸쳐 대질조사를 하면서 집요하게 파고 들었지만, 정사장은 끝내 범죄사실을 부인했다. 시청 공무원과의 대질조사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법인 자금으로 애인 오피스텔을 얻어 준 부분도 심하게 추궁받았다. 다시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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