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⑬

윤석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을 좋아했다. 다른 과목보다 수학을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대에 가서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갑자기 아버지가 윤석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력하게 권유하셨다.

윤석의 작은 아버지가 술을 좋아해서 간이 나빠졌는데 그 때문에 병원에 다니면서 보니까 집안에 의사는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윤석의 삼촌은 간경화로 인해 50살 조금 넘어 일찍 돌아가셨지만, 삼촌 때문에 영향을 받은 아버지가 윤석의 진로를 바꿔놓은 것이었다.

처음에 윤석은 대학입시에서 안타깝게 떨어졌다. 고등학교 성적으로는 당연히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 입시 보기 보름 전에 윤석은 감기가 들었다. 열심히 마지막 총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겨울에 공부를 하다가 창문을 열어놓고 몇 시간 낮잠을 잔 것이 화근이 되어 감기가 들었다.

즉시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제대로 치료를 했으면 괜찮을 것인데, 병원에도 가지 않고 약도 제대로 먹지 않고 버티다가 감기가 도졌다. 가뜩이나 대학입시를 앞두고 긴장을 하고 있던 터라 감기는 쉽게 낫지 않고 더욱 심해졌다. 막상 서울에 올라와서 시험을 볼 때는 귀도 멍하고 머리도 아플 정도였다. 간신히 시험을 끝까지 보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시험에 떨어진 기분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더군다나 집안이 어려워서 재수를 한다는 것이 힘이 든 상황이었다. 윤석은 부모님께 미안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걱정말라고 하면서 1년간 서울에 가서 학원을 다니라고 했다.

그래서 윤석은 서울로 혼자 올라왔다. 대입학원에 등록을 하고 1년을 다녔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하숙을 하면서 학원을 다녔다. 학원에 가보니 대부분이 서울 아이들이었다. 학원의 분위기는 지방의 고등학교와는 전혀 달랐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고, 학원의 선생님들도 실력이 매우 좋은 것처럼 보였다. 교재도 매우 수준이 놓았다. 윤석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그 다음 해에 목표로 한 서울에 있는 의과대학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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