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⑪

 

8월말이 다 되었는데, 이상기후라 그런지 갑자기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바깥은 컴컴해졌다. 정현은 창밖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물난리가 난 곳이 있다면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 17:00 왕숙천 남양주시(진관교) 홍수경보 발령, 홍수피해 발생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행정안전부와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보내온 안전 안내 문자였다. 이번 홍수 때문에 몇 사람의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한다. 자연재해는 항상 그렇게 무섭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김현식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미리 전화로 사전 연락을 했던 사람이다. 중요한 사건 제보자이기 때문에 정현으로서는 아주 친절하게 대했다. 김현식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 내부의 비리에 관한 제보를 하려고 왔다.

 

“어떤 내용을 알고 있습니까?”

“예, 제가 이 회사의 경리책임자로서 5년 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회계상의 문제와 비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일부 자료도 가지고 왔고요. 그런데 이 회사 사장이 너무 나쁘고 악질입니다. 그래서 도저히 가만 둘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악덕기업인은 반드시 우리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합니다.”

 

정현은 단 둘이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김현식이 제보하는 내용은, 주로 회사에서의 리베이트 수수로 인한 비자금조성, 업무상 횡령, 탈세,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 등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장이 여비서를 성폭행하기도 하고, 어떤 여직원은 아예 첩므로 두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외국에 많은 돈을 빼돌려놓았다는 주장도 했다.

 

정현은 현식에게 연락처를 남겨 놓고 일단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자료 검토를 한 다음 며칠 있다가 다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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