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⑧

 

정현은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연주회에 왔던 다른 남학생들의 여유 있는 모습 때문에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 대해 더욱 우울해졌다.

 

유미가 정현의 환경에 대해 신경을 썼던 적은 없었다. 유미는 정현의 조용한 성격, 굳은 의지로 공부하고 있는 자세, 순수함 때문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정현이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든가, 생활 환경이 어렵다든가,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을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굳이 정현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묻지도 않았다.

 

정현은 편지지에 써내려갔다.

"유미씨에게!

오늘 나는 그대에게서 또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 이 시간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어요. 피아노 선율은 하늘로 올라가 별에 닿아 '별의 노래' 가 되어 내게로 돌아왔어요.

무슨 인연일까요? 우연히 만난 그대와 내가 저 하늘의 별까지 날아가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은 분명 무슨 까닭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내가 더 노력할 게요. 그리고 그대에서 자신 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거예요.

나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없을까요?

또 연락할 게요.

안녕!"

 

편지 맨 끝에 무어라고 써야 좋을지 몰랐다. 사랑한다고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친구라는 명칭도 적당치 않았다. 그냥 이름을 쓰자니 너무 실체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생략했다. 끝부분을 생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유미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혼자 상상을 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시간은 벌써 새벽 3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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