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⑨

 

한 여름의 폭염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는데, 폭염이 끝나자마자 곧 무서운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들이닥친 것이다. 강풍이 이어지면서 도심지에서는 신호등과 담벼락이 무너지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제주도 공항에서는 항공편 결항이 속출했다. 해안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사람도 생겼다. 태풍이 무서운지는 알고 있었지만, 역시 자연재해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정현이 근무하는 사무실도 창밖이 어두컴컴했다. 태풍이 심하게 불어치는 것을 보면서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이 되면서 정현은 퇴근을 걱정했다. 이럴 때에는 자동차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고 안전할 것 같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사무실에서 울리는 업무용 전화의 벨소리는 언제나 긴장을 하게 만든다.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벨소리나 진동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검사님! 어떤 사람이 검사님을 바꿔 달라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누구지요?”

“어떤 사건에 관한 제보를 하겠다고 하면서, 저에게 말해도 된다고 했더니 굳이 검사님을 바꿔달라고 해요. 꼭 검사님과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예. 바꿔주세요.”

계장은 전화를 바꿔주었다.

“여보세요. 박검삽니다.”

“아. 검사님이세요. 저는 검사님께 중요한 제보를 드리려고 합니다. 꼭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전화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전화로는 제대로 설명드리기 곤란한 사건입니다. 어떤 회사의 비리에 관한 큰 사건입니다.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럼 제 사무실로 오세요."

 

정현은 중요한 범죄정보를 제보하겠다는 사람에게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원래 검찰청사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고소인 또는 피고소인, 피의자, 변호사 등 사건관계인만이 검사실에 들어갈 수 있다.

 

검사실에 들어가 검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찰청으로부터 출석요구통지서를 받거나, 검사실과 미리 연락을 해서 들어오라는 승낙을 받아야 가능하다. 그리고 들어갈 때에도 신분증을 맡겨 놓고, 보안검색을 받아야 한다.

 

혹시 칼이나 도끼 같은 것을 가지고 검사실에 들어가 사건처리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검사나 직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검사실에 손도끼를 들고 들어가서 검사와 직원을 감금하고 협박하다가 검거된 것이다. 검찰청에 들어가서 소지한 농약을 마시고 음독자살한 사례도 있었다. 판사를 상대로 흉기로 상해를 가한 사건도 있었다. 법원이나 검찰청은 사건 때문에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테러나 공격대상이 될 위험성이 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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