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94)

 

김 과장은 이런 일이 있은 후에, 사장의 태도가 냉정하게 변했고, 틀림 없이 사장이 자신과 영미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어차피 조만간 회사에서 쫓겨날 거라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자료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미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때가 좋은 찬스라고 생각하고, 회사 돈을 3억원 몰래 빼돌렸다. 경리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천주식회사가 거래업체로부터 받을 돈을 수표로 받아서 회사 통장에 입금시키지 않고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었다.

 

회사 장부에는 거래처로부터 아직 대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처리해두었다. 소위 경리담당자로서 회사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착복함으로써 업무상 횡령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그리고 김 과장은 영미를 만나, 우선 급하면 쓰라고 했다. 이자를 받지 않고 무이자로 빌려줄 테니, 1억원을 쓰고, 나중에 천천히 갚으라고 했다. 영미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했으나, 김 과장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선의로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받았다.

 

특히 김 과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해서 마련한 돈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일 그런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았거나 눈치 챘으면 영미는 당연히 거절했고, 더 이상 김 과장을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 과장은 영미에게 5만원권으로 바꾸어서 1억원의 현찰을 빌려주면서도 영수증도 받지 않고, 차용증이나 각서 같은 것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영미는 김 과장의 마음씨가 고마웠다. 그래서 돈을 받은 지 일주일쯤 지나서 저녁을 샀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순진한 김 과장의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다. 술을 많이 마신 영미는 술에 취해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김 과장은 영미를 데리고 영미의 오피스텔로 갔다.

 

그곳에서 영미와 같이 잠을 잤다. 새벽에 술에 깬 영미는 먼저 자진해서 김 과장을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아주 뜨겁게, 아주 진한 사랑을 나누었다. 영미는 지금껏 겪어본 남자 중에서 가장 멋있고, 황홀한 정사를 경험했다. 그 때문에 영미는 김 과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겼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맹을성 사장은 김현식 과장을 불렀다.

 

김 과장. 몇 달 전에 내가 오피스텔을 하나 회사 자금으로 구입해 놓은 게 있어. 역삼동에 있는 건데, 명의는 편의상 비서실의 고영미 앞으로 해놨어. 그런데 아무래도 계속 직원 앞으로 명의를 해놓는 것은 이상하니까 고영미와 상의해서 매각하도록 해. 매매대금은 나에게 직접 가져다 주고. 그때 25천만원에 샀는데,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분해 주게. 알았지?”

. 사장님. 곧 부동산에 내놓겠습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96)  (0) 2019.06.16
작은 운명 (195)  (0) 2019.06.16
작은 운명 (1)  (0) 2019.06.15
작은 운명 (193)  (0) 2019.06.15
작은 운명 (192)  (0) 2019.06.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