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
정현은 우선 주변 정리부터 해야했다. 만일 총장으로 지명이 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사표를 내고 큰 로펌에 가서 변호사로서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러면 변호사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고, 개인사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공인이 아니다.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은 조용히 묻혀진다.
기자들도 변호사의 뒷조사를 하거나 어떤 문제가 있는지 뒤를 파고 다니지는 않는다.
물론 변호사도 특별검사로 임명되어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요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면 기자들이 달라붙는다. 그러나 그 때도 특별검사는 공무원의 신분으로 의제되기 때문에 순수한 변호사의 지위와는 다르다.
그런데 정현은 이제 총장으로 지명되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야당에서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정현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법을 위반한 사실은 없는지, 검사로서 사건처리를 한 것에 문제는 없는지 등에 관해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들이대고 샅샅이 까발릴 것이다.
정현도 자신이 총장까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죽기 전에 살아있는 사람의 과거를 모두 해부하고 분석한다면 모두 상처투성일 뿐인데, 과연 청문회를 무사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만일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여론이 너무 나빠져서 청와대에서 지명을 철회하면 닭 쫓던 개의 처량한 신세가 될 뿐 아니라, 과거의 비행과 잘못이 모두 탄로나고, 사생활까지 폭로되어 명예가 실추될 뿐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 된다.
너무 높은 나무에 올라간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지면 다리만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두개골이 파열되는 법이다.
하지만 정현은 자신 있었다. 지금까지 대과없이 검사생활을 해왔고, 사생활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결혼에서 실패한 것도 정현의 책임이 아니었다.
전 부인이 너무 잘못해서 하는 수 없이 이혼한 것이었다. 이혼한 음 연애를 했던 몇 명의 여자들도 순수한 사랑을 했던 것이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자들과의 유착 문제도 정현만큼 깨끗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과정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수사하듯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서 철저하게 거품을 품고 따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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