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6)

 

이런 이유로 맹 사장은 영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영미와 살을 섞고 난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회사 일이 막히는 때가 없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맹 사장은 그래서 그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준 도사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영미를 가까이 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영미를 관리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은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작은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사업을 하려면 어떤 경우든 Input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Output이 기대되는 것이다. 투입이나 투자 없이 이익이나 산출을 기대하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한다.

 

맹 사장은 이런 면에서 아주 철저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거래업자 또는 주변 사람들을 대하면서 상대가 자기 돈은 쓰지 않고, 얻어먹기만 하거나 아무런 자본 없이 머리만 굴려서 떼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맹 사장은 이처럼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을 ‘날강도’, ‘얌채’ ‘알대가리’라고 불렀다. 아예 수첩에도 그런 남자와 여자의 이름 뒤에 OO 사장, OO 여사라고 하지 않고, OO 날강도, OO 얌채, OO 대머리로 표시해서 암호를 적어놓았다.

 

그런데 대머리가 얌채는 아닌데, 한 번은 맹 사장의 친구를 OO 대머리라고 써놓았다가, 그 친구가 우연히 수첩에 그렇게 써있는 것을 보고, ‘왜 내가 머리숱이 많은데, 네가 대머리라고 써놓았느냐? 내가 머리숱이 다 빠져 어떤 대통령처럼 되라는 저주를 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 친구는 너무 흥분해서 맹 사장의 머리를 다 뽑아서 그야말로 민둥산을 만들 기세였다. 맹 사장은 아주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고, 그날 술을 4차까지 사야했다.

 

그런데 나중에 4차가 끝난 후 그 친구는 비싼 술을 공짜로 4차까지 얻어먹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자기 가발을 덮다고 잠깐 벗어서 땀을 씼었다. 맹 사장은 화장실에 갔다가 비틀거리며 돌아와보니 아니 그 친구는 완전 머리카락 한올도 없는 게 아닌가?

 

맹 사장은 주취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테이블로 잘못 찾아갔나 싶어서,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 자리인줄 잘못 알았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다시 원래 앉았던 테이블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맹 사장이 앉았던 테이블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맹 사장은 자신이 몽유병 환자가 되었나 싶어서 카운터에 가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카운터 직원이 ‘아 손님 저 자리잖아요.’라고 데려다 주었다. 다시 갔더니 그 친구는 다시 가발을 쓰고 고개를 숙인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맹 사장은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에는 수첩에서 ‘대머리’라는 암호는 삭제하고, 그 대신 ‘알대가리’라고 암호를 바꾸었다. 암호는 외부 사람에게 노출되면 암호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맹 사장은 그렇게 해서라도 얌채들에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야 그런 얌채들에게 계속해서 바가지를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아무튼 사기를 당해서 회사가 부도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여자 얌채의 경우, 몇 번 만났다가 그 여자가 자기 인생을 망쳤다면서 책임지라고 하면 골치 아플 것을 최고 걱정했다.

 

맹 사장 입장에서는 몇 번 데이트하고 몇 번 같이 잔 것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도 맹 사장이 그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모든 돈을 썼고, 시간은 둘이 똑 같이 쓴 것인데, 그 여자는 무엇을 Input 했다고 말도 되지 않는 Output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4)  (0) 2019.06.20
작은 운명 (207)  (0) 2019.06.20
작은 운명 (3)  (0) 2019.06.18
작은 운명 (2)  (0) 2019.06.18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0) 2019.06.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