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8)
영미는 프랑스를 다녀온 다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졌고, 맹 사장과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김 과장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당면 과제가 되었다.
서른 살 직장 여성으로서 돈도 벌어야 하고, 무능력한 아버지 대신 가족들도 책임져야 할 입장이었다. 결혼은 당장 아무 생각도 없다. 연애도 그동안 해볼만큼 해봤기 때문에, 남자가 없어서 못살 처지도 아니다.
연애는 일종의 사치였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다른 사람들 연애하는 걸 보면 나도 하고 싶은 것일뿐 의식주와 달라서 생활의 필수요소는 아닌 듯 싶었다.
영미는 고등하교 친구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영미에게는 고등학교 친구들 다섯명이 있었다. 다섯은 학교 다닐 때 1학년 때 만나서 3년 내내 붙어다녔다. 다섯명의 멤버 모임도 만들었다.
영어로 FIVE MEMBERS로 이름을 지었고, 약칭 FM이라고 했다. 그중 왕초는 김영색이었다. 영색은 미모로 키도 컸다. 아버지가 변호사로서 집안도 부유했다.
그런데 고등하교 2학년때 1년 선배인 남학생을 사귀었다. 그 남학생은 의대를 들어가서도 영색과 만났다. 영색의 남자 친구 정원홍은 영색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영색을 데리고 모텔에 가서 첫날밤 의식을 치뤘다.
의과대학 에과생 답게 원홍은 영색의 처녀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피가 나오지 않았다. 영색도 이상했다. 자신은 정말 첫경험이었고, 당연히 피가 비칠 것으로 알았다. 원홍은 관계를 마친 다음, 처녀가 아님을 알고, 곧 바로 옷을 입고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원홍은 영색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애를 했는데, 언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느냐고 흥분한 상태에서 추궁했다. 영색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극구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대로 여자의 처녀막은 꼭 성교를 하지 않아도, 과격한 운동 등에 의해 파열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원홍에게 해주었으나, 원홍은 자신이 의대생인데, 무슨 말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느냐고 더 화를 냈다.
그러면서 영색에게 이제 우리 관계는 끝이라고 선언했다. 영색은 기가 막혔다. 원홍과 사귀고 있는 것을 온동네 다 소문냈는데, 더군다나 처음 몸을 준 남자가 단순한 혈흔 때문에 처녀가 아니라고 단정하고 이별을 하자고 하니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원홍이 의학적 지식을 근거로 영색의 과거를 의심하고 이별을 선언했으므로 두 사람 사이는 소원해졌다. 그 후 6개월이 지났다. 영색도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원홍을 잊고 다른 남학생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원홍이 찾아와서, “아무래도 너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우리 다시 만나자. 처녀가 아니었다는 것은 내가 이해하기로 했어.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처녀를 지키고 있을 기대하는 것은 요새 세상에서 어리석다고 말했어. 그런 여자는 남자에게 전혀 매력이 없는 여학생뿐이라는 것을 알았어.” 이렇게 말을 했다.
영색은 원홍이 미웠지만, 그래도 명문 의대생이고 장래가 촉망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 두 사람은 예전처럼 사랑을 나누었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원홍은 영색을 만나서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를 하면서 절대로 성관계는 원하지 않았다. 의대 공부가 워낙 힘이 들어서 그런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핑계였다. 영색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그 해 겨울 방학에 영색의 친구 다섯명은 1박2일로 강원도 펜션에 놀러가기로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원홍은 자신이 모든 경비를 대겠다고 하면서 같이 가겠다고 제의했다.
FM그룹내의 멤버들은 영색과 원홍과의 관계를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원홍을 포함한 6명은 속초로 놀러가서 술을 마시고, 재미 있게 놀다가 펜션으로 들어갔다. 펜션에 가서도 밤늦도록 술을 마셨다.
펜션에서 영색과 원홍은 한 방에서 자고, 다른 4명의 여자들은 큰 방 한곳에서 모여서 잤다. 너무 친한 사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모두 믿었다.
그런데 원홍은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음료수에 타서 여자들 5명에게 모두 먹였다.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였기 때문에 4명의 여자들은 큰 방으로 들어가 모두 잠에 취했다. 영색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골아떨어졌다.
그런데 원홍은 영색의 친구 두명의 옷을 벗기고 순차로 간음을 했다. 원홍은 처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이런 수법으로 여자의 처녀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원홍은 영색의 친구 두 명과 관계를 하면서 미리 준비한 하얀 천을 받쳐놓고, 처녀의 혈흔을 받아 두었다. 두 명 모두 처녀임이 증명되었다.
강제로 당한 두 명의 여자는 수면제를 과다복용해서 전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원홍은 용의주도하게 여자들에게 질내 사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여자의 혈흔 옆에 자신의 것을 남겨놓았다. 처녀와의 결합에 대한 기념이며 추억이었다. 그렇게 두 개의 추억을 만든 다음 원홍은 그 기념천은 자신의 가방 안에 감추고 본인도 수면제를 복용하고 영색의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물론 두 여자를 건드린 증거는 완벽하게 없앴다. 깨끗하게 물수건으로 닦아놓고, 옷을 다 입혀놓았다. 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무런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다.
영색 역시 원홍이 더 늦게 일어났고, 원홍이 같은 방에서 자면서도 영색을 건드리지 않는 사실을 알고, 참 괜찮고 젊잖은 의대생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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