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9)
원홍은 정상이 아니었다. 성에 관한 잘못된 지식과 처녀성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었다. 그것도 의과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욱 어설프게 죄를 범한 것이었다.
의대생이 아니었다면 처녀막이 무엇인지, 첫 번째 성관계 시 출혈이 되는 것인지, 어느 정도 혈흔이 보이는지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 처녀막이 손상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수면제를 사용해서 수면상태를 만들고, 그 틈에 자고 있는 여자를 간음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원상회복을 시켜놓고,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깊이 잠이 들어 다른 여자들보다 더 늦게 잠에서 깨어나는 연막작전을 펼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원홍은 영색과의 관계에서도 첫 번째 성관계 이후에는 다시 만나 데이트를 하더라도 섹스는 절대로 하지 않는 의연함을 보였다.
그리고 펜션에 놀러가는 날에도 일행들과 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도 의대생 답게 아주 고상한 이야기만 했다. 그리고 일행들이 영색과 같이 껴안고 있는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다정한 포즈를 취하라고 해도 절대로 영색을 껴안지 않았다.
그러면서 펜션에 가서도 음악이야기나 하고, 의대 공부이야기만 했다. 남녀 간의 사랑이나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원홍은,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중요하다. 섹스는 사랑에 있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 섹스는 동물적 사랑이고, 정신적 사랑은 동물의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랑이 순수해지고, 영원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자고 여자고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FM멤버들은 원홍의 성관념, 이성에 대한 배려, 사랑과 섹스에 관한 철학에 환호했고, 열광했다.
‘아! 원홍 선배는 저렇게 순수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만 했고, 여자 친구인 영색을 만나 오직 한 사람만 데이트하고 있고, 좋은 의대 들어가서도 한눈 팔지 않고, 영색만 바라보고 있구나!’라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믿고 또 믿었다. 펜션에 가서도 원홍을 믿고 권하는 폭탄주를 여러 잔 마셨다. 그리고 끝판에 피곤하니까 특별히 준비한 박카스를 마시자고 하면서 돌리니까 또 모두 마셨다.
그때 분명히 원홍도 박카스를 먼저 마셨다. 나중에는 원홍은 박카스 남은 것을 한 병 더 마셨다. 일행들로 하여금 안도감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했던 것이다. 수면제는 이때 바로 직전에 화장실에 가서 타가지고 왔다.
수면제가 들어간 박카스를 마신 상태에서 원홍은 마지막 잔이라면서 시원한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와서 또 마시도록 했다. 수면제에 술까지 더 들어가자 일행은 얼마 있지 않아 한 사람씩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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