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1)

 

흑미와 관계를 할 때 원홍은 시선을 백미에게 집중시켰다. 그것은 육체는 흑미와 결합되어 있지만, 정신은 이미 처녀임이 증명된 백미와 연결시키고 싶었던 욕망 때문이었다.

 

두 개의 성스러운 기념천을 만드는 작업을 끝낸 다음, 원홍은 아쉽지만, 백미와 흑미의 몸을 냄새나지 않게, 아무런 표가 나지 않게끔 여러 차례에 걸쳐서 물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물수건에서는 밤꽃 냄새가 물컹 났다.

 

그 냄새는 아주 역겨웠다.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어야 하는데, 신은 이럴 때 왜 이런 고약한 냄새, 향기롭지 못한 냄새를 나게 만들었는지 원망스러웠다.

 

두 사람의 옷을 다 입힌 다음 아직도 네 사람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원홍은 나머지 두 사람, ‘일미와 영미’에게 다가가 하의 속으로 손을 넣어 그것의 촉감을 느꼈다.

 

네 명의 감촉은 모두 달랐다. 비슷한 것 같지만, 모두 조금씩 달랐다. 그중에서 감촉이 제일 좋은 여자는 영미였다.

 

하지만 원홍은 두 사람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 다른 제물은 포기하기로 했다. 원홍은 일을 마치고 불을 꺼준 다음, 영색이 있는 방으로 갔다. 영색은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영색을 보자 순간적으로 원홍은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녀가 아닌 여자, 다른 남자의 것이 들어가서 더렵혀진 여자!’가 누워서 잠을 자는 모습, 더군다나 입을 헤 벌리고, 무언가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영색을 보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비하면 ‘백미와 흑미’는 성스러운 천사였다. 천사 옆에는 반드시 악마가 대비된다. 그 때문에 영색은 억울하게 악마로 전락해버렸다.

 

다음 날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일행들은 하나씩 잠에서 깨어났다. 다섯 사람 모두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았다. ‘백미와 흑미’는 아랫도리도 약간 이상했다. 하지만 원홍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일행은 그래서 어제 낮에 먹은 생선회가 잘못된 것이었나, 아니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매운탕을 너무 맵게 먹었나 등등의 갖은 원인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시간 후에 비로소 깨어난 원홍을 보자, 역시 의대생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하면서, 원홍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원홍은 의대생 답게, ‘원래 먹는 물이 달라지면 속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사시미에 소주와 맥주를 타서 먹으면 위와 장이 고생을 하는 거예요. 나는 어제 밤에 두 번이나 토하기까지 했어요. 여기 내가 준비한 소화제가 있으니 속이 거북한 사람은 이걸 하나씩 먹어요. 곧 좋아질 거예요.’라고 어드바이스를 해주었다.

 

일행들은 그래서 속으로, ‘영색은 저런 장래 의사를 애인으로 두고 있으니, 나중에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하면서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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