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3)
원홍은 최근에 자신의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 관한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잠을 자고 있는 여자를 간음하여 처녀막을 파열시킨 행위는 아주 무겁게 처벌되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형법을 찾아보았다. 형법 제32장은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다. 형법이라는 법률이 있고, 그 안에는 제1장부터 순차로 조문들이 몇 개씩 묶여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각 장에는 범죄의 명칭이 정해져 있었다. 원홍은 그래서, ‘아! 내가 저지른 범죄는 형법 제32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강간죄에 해당하는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형법 제299조에는 준강간죄가 규정되어 있다. ‘준(準)’이라는 아주 어려운 한자말이 앞에 붙어 있어서, ‘강간죄(强姦罪)’와 달리 ‘준강간죄(準强姦罪)’가 무엇인지 그 정확한 뜻을 알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 중에서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강간죄와 준강간죄’의 차이를 물어보기도 어려웠다. 멀쩡한 의대생이 갑자기 성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본다면, 상대방은 원홍이 이미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혹시 여동생을 어렸을 때 건드렸거나, 성매매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마음 먹었거나, 아니면 정신이 이상해져서 곧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로스쿨생이 갑자기 의사에게 성병에 관해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따지고 묻는 것과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즈가 후천성면역결필증인 건 알겠는데, 매독이나 임질과는 어떻게 다른가? 키스만 하면 에이즈에 전염되지 않는가? 동성애를 한다고 꼭 에이즈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성병에 걸린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면 저능아가 나오는가? 에이즈로 죽은 사람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구인가?’ 등등을 확실하게 알고 싶어하는 로스쿨생은 나중에 판사나 검사가 되어 성폭력범을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대신, 성병으로 온몸이 망신창이가 되어 길거리에서 노숙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원홍은 생각하였다.
아무튼 원홍이 혼자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는 강간죄로 처벌한다’는 것이었다.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강간죄 또는 준강간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었다. 원홍의 경우 처녀막을 파열시켰으므로 강간치상죄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형법 이외의 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라고 하는 특별법이 있었다. 원홍이 ‘백미와 흑미’의 아랫도리를 벗겨놓고 사진을 찍은 행위도 처벌 대상이었다.
성폭력범죄처벌법 제14조 제1항을 보니까.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었다.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성폭력범죄자에 대해서는 신상정보를 등록하는 제도가 있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도 있었다. 결국 원홍은 법을 모르고 정말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것을 뒤늦게 알고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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