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5)
백미는 원홍에게 당당하게 문자를 보냈다. 아무래도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저에게 관심 갖지 마세요. 저는 원홍 씨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그리고 이미 종범 씨를 만나고 있어요. 원홍 씨는 영색 씨와 만나다가 갑자기 친한 친구인 저에게 이러시면 안 돼요. 뿐만 아니라,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도대체 영색 씨와 헤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아주 친한 친구인 저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두 번 다시 저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원홍은 이런 치욕적인 말을 들어도, 자기 자신을 어떻게 콘트롤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정신적 질환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영색을 참 좋아했다.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영색은 모든 것을 갖춘 여자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서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믿었다. 영색을 만날 때, 원홍은 다른 여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어떤 여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원홍은 시를 좋아했다. 영색도 시를 좋아했다. 두 사람은 강변에서 낙엽이 날릴 때, 아름다운 시를 써가지고 와서 두 시간 동안 계속해서 서로에게 낭송을 해주었다. 원홍은 그 때문에 50여편의 시를 완전히 암송까지 했다.
두 사람은 또 음악도 좋아했다. 특히 클래식을 좋아했다. 강변에서 시를 읽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클래식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음악의 세계예 빠져들어갔기 때문에, 옆에 누가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시와 음악으로 두 사람은 이심전심이 되었다. 그 때문에 원홍은 때로 젊은 나이에 솟구치는 욕정을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 모른다.
원홍은 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을 찾아보고 알았지만, 종교적 신념과 가정 분위기 때문에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건 단순한 믿음이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순결의 가치를 설명해준 것도 아니었다. 순결하지 않으면, 사랑의 순백은 더럽혀진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 남에게 지기 싫었다. 그래서 명문대 의대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색만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영색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영색과 합일하기로 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대학생활을 해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요새 젊은 여자들이 고등학교 때 이미 첫경험을 하고, 더군다나 대학교에 들어가면 1~2학년 때 관계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영색도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원홍 자신이 먼저 영색을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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