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6)
원홍은 고등학교때부터 영색과 연애를 했고, 그 동안 영색이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은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당연히 처녀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아니, 전혀 눈꼽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홍은 영색에게 용기를 내서 순결을 달라고 했다 영색도 당연히 응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어느 날 모텔에 가서 첫날밤의 의식을 치뤘다.
원홍은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이 성스러운 의식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처녀와 처녀막에 대해서, 그리고 첫경험에 대해서,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논문도 찾아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순결이나 처녀성, 처며막에 대해서는 별로 많은 자료가 없었다. 오히려 처녀막에 대한 오해, 그릇된 편견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특히 외국에서는 처녀막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소설, ‘주홍글씨’나, ‘테스’ 시대에서나 논의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인터넷에서는 ‘처녀막재생수술’을 잘 한다는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처녀막을 파열시키면 상해죄에 해당한다는 법률해석도 보였다.
의대에 들어가 처음 배우는 ‘해부학’에서도 기본적인 뼈나 장기, 혈관등은 강의를 해도 이미 죽은 사람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처녀막 이야기는 없었다.
혹시 결혼하지 못하고 처녀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여자의 사체에서는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사체가 해부용으로 대학병원까지 온다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제로였다.
그리고 생전에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다고 해도, 안구나 콩팥은 기증을 해도, 처녀막을 기증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설사 있다고 해도 병약한 사람이 남의 처녀막을 기증받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죽을 때 처녀막이 남아있다는 사실 역시 크게 자랑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홍은 그래서 선배 의대생에게 물어보았다. 비뇨기과를 전공하는 선배와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선배 두 사람에게 질문을 했다.
“처녀막는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파열이 가능한가요?” 두 선배 모두 똑 같이 대답했다. “글세,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성관계를 하지 않고 파열되는 경우는 백만불의 일의 확률이라고 해.”
“아. 그렇군요.”
“그런데 너는 왜 처녀막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저와 결혼할 여자가 처녀가 아니면 안 돼잖아요?”
“요새가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사니? 그러면 너 장가 못 가. 그리고 결혼했어도 오래 못 살아. 성관계는 단순히 신체의 생리작용일 뿐이야. 사랑이 중요한 거지. 성격이 중요한 거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한 여자는 더럽혀진 거잖아요. 제가 왜 굳이 그렇게 더렵혀진 여자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해요?”
“너처럼 잘못 생각하고 망한 사람들 많아. 그럼 너는 숫총각으로 결혼할 거니?”
“물론이지요. 저는 절대로 이 여자, 저 여자와 지저분한 성관계는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네 마음대로 해, 아무도 참견하지 않아. 단지 그런 고정된 성개념으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마.”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18) (0) | 2019.06.30 |
---|---|
작은 운명 (217) (0) | 2019.06.30 |
작은 운명 (215) (0) | 2019.06.29 |
작은 운명 (214) (0) | 2019.06.26 |
작은 운명 (213) (0) | 201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