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27)

 

뿐만 아니라 스토커 하는 놈이 얼굴이라도 괜찮으면 차라리 나을 텐데, 키도 작고, 뚱뚱하고, 얼굴은 어디 시멘트에 공중낙하를 해서 찌그러진 상태 그대로 펴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 얼굴에 걷는 모습을 가끔 고개를 뒤로 돌려 쳐다보면, 방금 전 롯데리아에서 먹은 햄버거가 그대로 식도를 역류하여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걸어가는 다른 여학생들에게 심각한 공해를 야기시키게 되었다.

 

여학생은 고민하고 고민하던 끝에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육사 출신의 아버지가 그 남학생을 만나 단숨에 끝을 내주었다.

 

여의사는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부터 공부업무를 방해하는 최초의 적을 물리치고, 학업에 전념한 결과 자신이 꿈꾸던 의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스토커 때문에 좋은 대학교에는 원서를 내지 못하고, 지방에 있는 의대를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방에서 주말에 서울까지 올라오려고 버스를 탈 때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 중에서 그 스토커처럼 못생긴 사람이 있으면, 그 옛날 더러운 생각이 떠올라 하지 않던 멀미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학생은 고속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약을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 그 스토커가 인물만 평범하고 괜찮았더라면 멀미약까지는 먹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여학생은 정말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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