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7)
현옥의 아버지는 늘 걱정이었다. 귀엽게 자란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는데, 어떤 이상한 놈이 스토킹을 해서 딸이 제대로 공부를 못했고, 그 때문에 서울에 있는 명문 의대를 못간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객지에 가서 딸이 혼자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못된 남자들이 귀찮게 하거나 성폭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불안해했다.
그런데 TV를 보니, 여자 혼자 사는 원룸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도망갔던 용의자가 붙잡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범인은 새벽 1시경 원룸 화장실 창문으로 침입해서 여자를 성폭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완강하게 저항하자 달아났고, 여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분석으로 용의자를 특정해 남자의 동선을 추적했고, 사건 발생 60시간 만에 붙잡았다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만일 여자가 끝내 어설프게 반항했으면, 범인이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자가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범인이 에이즈 보균자라면 여자는 아무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에이즈에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 나라 경찰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범인을 60시간 만에 붙잡을 수 있었을까? 법원에서는 저런 흉악한 범인에게 어떠한 형벌을 내릴까?
아버지는 즉시 현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밤 12시였다. 그런데 현옥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아버지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돌아버렸다. 공황상태가 되었다. 어머니를 깨워 비상을 걸었다. 가까운 친구를 불러서 그 친구 차를 타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현옥의 원룸으로 갔다.
두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면서 어머니는 계속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발 우리 옥이를 살려주세요. 아무 일이 없도록 보살펴 주세요.’를 연발했다.
아버지는, ‘그래, 내가 잘못했어. 여자 애 혼자 객지에 보내는 것이 아닌데, 이 험한 세상에, 의사가 뭐 대단하다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객지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야. 내가 어리석었어.’라고 한숨을 쉬었다.
어버지 친구는 한 술 더 떴다. ‘요새 여자 아이들 공부한다고 객지에 보내놓으면 대개 남자와 동거를 한 대. 그러다 임신하고 낙태하고, 또 쉽게 헤어지고, 남자 놈들은 재미보지만, 여자 아이들만 몸 버리고, 나중에 시집도 좋은 데 못가고, 억울한 거지. 자네도 무엇 때문에 객지에 보냈나? 답답하네.’
현옥은 그 날, 조장의 원룸에 가서 몸을 섞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장을 그대로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장을 다시 만나 데이트를 하고 원룸으로 갔다.
조장 역시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성관계를 했다. 그곳에서 잠을 자다가 아침에 돌아오려고 했고, 핸드폰은 밧데리가 나갔는데, 꼭 충전시킬 필요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아버지 일행은 원룸 앞에서 차를 세워놓고, 밤을 꼬박 새웠다. 그렇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나 사고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가끔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머리를 치기도 했다. 어머니는 울고만 있었다.
아버지 친구는 같이 걱정을 해주면서도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지적함으로써 자꾸 아버지를 흥분상태로 몰아가고 있었다.
아버지 친구는 딸이 없고 아들만 세명인데, 그 아들들이 여자들은 건드려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 여자들이 얼마나 남자들에게 대책 없이 당하는 가를 알고 있어서 현옥의 아버지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 8시가 되어 마침내 현옥은 나타났다, 외박을 하고 온 티가 뚜렷했다. 아버지는 친구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현옥과 같이 원룸으로 들어갔다.
“너 어디에서 자고 오는 거야. 바른 대로 말해!”
“여자 친구 집에서 같이 있다가 오는 거예요.”
“그 친구 전화 바꿔 봐!”
아버지는 흥분했다. 곧 현옥의 방에 있는 사물을 다 뒤졌다. 조장과 같이 찍은 사진 여러 장이 압수되었다. 아버지는 현옥의 핸드폰도 압수했다. 그리고 그 길로 아버지 친구 차를 같이 타고 서울로 현옥을 압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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