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5)
현옥은 너무 머리가 아파서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조장이 만나자는 것을 우선 몸이 아프고, 학기 말이라 시험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않았다.
조장 역시 이상하게 현옥을 만나자고 강하게 조르거나 반복해서 만나자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옥은 한편으로는 조장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의심이 일었다. 그래도 당분간은 참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수장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전화가 왔으나, 일단 학기 말이라 바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금요일 오후에 현옥은 서울 가는 SRT를 탔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는 상태에서 서울 가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옆 좌석에 현옥과 같은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강공성이 타고 있었다. 공성은 첫눈에 현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성은 창쪽 좌석에 앉았다. 열차가 출발하자 얼마 있지 않아 ‘의료법’책을 펴놓고 열심히 읽고 있었다. 현옥에게는 전혀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책만 보고 있었다. 가끔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매우 학구적으로 보였다. 키도 훤칠하고 인상도 좋았다. 옷도 깔끔하게 입고 현옥이 좋아하는 프랑스 향수를 뿌렸다. 현옥은 평소 서울 왔다갔다 할 때 책은 읽지 않고 주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보았다.
그런데 옆 좌석에서 법서를 읽고 있으니, 자신도 페이스북을 하기는 그렇고 해서 마침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간 의학잡지를 꺼내놓고 진지하게 읽는 척했다. 서울에 거의 다 갔을 때, 공성이 현옥에게 말을 걸었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세요?”
“아뇨. 학생이예요.”
이렇게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나갔고, 같은 대학교 동문이라는 사실과, 현옥이 의대 4학년생이고, 공성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제 갓 변호사가 되어 대학교가 있는 시의 법원 앞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새내기 변호사라는 사실을 서로 주고 받았다.
공성은 나중에 시간 되면 만나서 차나 한잔 하자고 하면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고, 자신의 명함을 현옥에게 주었다. 그래서 현옥도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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