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6)

 

그 후 한 달 쯤 지나서 조장이 현옥을 꼭 만나야 한다고 해서 현옥은 마지못해 조장을 만났다. 조장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현옥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한 다음 조장의 원룸으로 데리고 갔다.

 

현옥은 이상하게 또 마음이 풀어졌다. 그리고 그동안 조장에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조장의 품이 그리웠다.

 

두 사람은 조장의 원룸으로 가서 같이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조장은 그동안 현옥에게 서운했다고 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고 했다.

 

그래서 현옥은 조장이 이끄는대로 따르기로 했다. 먼저 현옥이 샤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장에게 긴급한 전화가 왔다. 학생회 간부 한 사람이 술집에서 싸우다가 경찰서에 현행범으로 연행되었다는 전화였다.

 

조장은 현옥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경찰서에 가서 일을 봐주고 오겠다고 나갔다. 현옥은 하는 수 없었다. 일단 원룸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혼자 남은 현옥은 조장의 컴퓨터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원룸에 있는 소지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강한 호기심이 일었고, 혹시 조장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놀랍게도 제일 먼저 발견된 것이 지난 번 현옥을 찾아왔던 ‘홍지수’에 관한 자료가 많았다. 현옥과 같이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심지어 홍지수의 사이즈로 보이는 여자 내복도 조장의 옷장 속에 쑤셔박혀 있었다. 컴퓨터에는 이메일을 주고 받는 내용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자주 만나고 있었다.

 

홍지수에 관한 한 조장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지수는 조장과 속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는 표현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리고 조장은 지수에게 지금 골치 아픈 상황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곧 현옥을 정리한다는 뜻같았다. 그리고 현옥이 조장을 무척 괴롭히고 있는 것 같은 내용의 이메일도 있었다.

 

현옥은 정말 기가 막혔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인간이 있을까? 도대체 나는 무엇인가? 이 상황에서 현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현옥은 일단 증거자료를 핸드폰으로 사진 찍었다. 그리고 원룸을 나왔다.

 

밤 12시가 넘어 조장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현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장이 현옥의 원룸으로 찾아올 것을 예상했지만, 조장은 30분 정도 전화를 하더니 더 이상 전화도 하지 않고 현옥에게 찾아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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