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4)

 

현옥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24살이다. 성년이 된 지 이미 5년이 지났고, 자신은 남들이 다 지성인으로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의대생이다. 그것도 4학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해서 조장이라는 남자를 받아들였고, 그것도 벌써 몇 달 동안이나 육체관계를 연인으로서 맺어왔다. 뿐만 아니라 조장은 단순한 연애가 아닌 장차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다.

 

물론 부모님들은 이런 현옥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버지 의사대로 현옥의 의중을 정확하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장과 결혼을 약속해 버리는 것이란 말인가?

 

결혼은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새 같은 세상은 잘못 결혼했다가는 얼마 있지 않아 파경에 이른다. 그러면 아이도 있는 상태에서 이혼하면 아이도 불쌍하고, 여자는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마지못해 선을 보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지만, 아직은 조장에게 마음이 가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장의 애인이라는 여자가 나타나서 현옥에게 조장을 포기하라고 하고, 조장은 당당하게 ‘홍지수’는 몸까지 섞었던 애인이었는데, 자신이 싫어서 안만나고 있다는 식으로 불명확한 설명으로 그치고 있다.

 

지금 현옥은 이 상황에서 조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마무리져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남자 관계를 끊고 당분간 공부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남자와 여자 문제는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서울 친구가 걱정해주는 의대생이 남자와 육체관계까지 하고 헤어지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 모두 똑 같은 입장에서 성년이 되면, 그러니까 만 19세가 넘으면 자유의사에 의해 상대를 선택하고 서로 좋으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잘 맞고 서로 사랑하고, 평생 같이 가고 싶으면 결혼하고,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걱정해서 남자를 만나지 않고, 만났다고 해도 성관계를 갖지 못한다면 그건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현옥은 더군다나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사랑이 중요하지, 성관계는 어디까지나 육체의 생리작용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보면 대학생들이 클럽에 가서 처음 만나 상대와 성관계를 하고, 학교 앞에서 동거생활도 하고, 한 여학생이 동시에 여러 남학생들과 연애도 하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노래방 도우미도 하고, 술집에 가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성매매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여자들 모두 나중에 시집 가서 잘 살고 있다.

 

오히려 순진하게 처녀성만 고집하고 있고, 성형수술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40살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다만, 현옥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의대생, 그중에서도 여자 학생들은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의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에 대한 소문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무척 성에 대한 가치관이나 윤리의식, 도덕적 마인드가 혼란스러웠다. 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조장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아버지가 딸의 혼사 문제에 대해 너무 일방적으로 관여하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45)  (0) 2019.07.12
작은 운명 (2-1)  (0) 2019.07.11
작은 운명 (243)  (0) 2019.07.10
작은 운명 (242)  (0) 2019.07.10
작은 운명 (241)  (0) 2019.07.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