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1)
현옥은 하는 수 없이 수장을 만나 같이 식사를 했다. 현옥의 아버지는 같이 만나서 현옥과 수장이 마치 결혼날짜를 잡은 것처럼 말했다.
두 사람의 결혼이 이미 양가 부모 사이에서 오래 전에 정해졌으며, 수장이 부모 없이 꿋꿋하게 열심히 살고 이제 레지던트까지 되었으니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 현옥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장은 현옥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현옥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자세히 보니, 수장의 얼굴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고, 성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사귀고 있는 조장과 비교해보니, 남자답지도 않고, 키도 크지 않고, 얼굴도 이상하게 생겼다. 단지 공부만 잘 해서 의사가 된 것이지, 현옥과는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옥은 그 자리에서 대놓고 솔직한 심정이나 의사를 밝힐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이 거부하면 수장의 충격이 대단할 것 같았고, 아버지는 절대로 가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뜻대로 두 사람 모두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술을 퍼마셨다. 술에 완전히 취해서 심신상실의 상태가 되자, “야. 이제 네 뜻대로 모든 게 끝났다. 네 아들이 내 사위가 되었어. 내가 죽을 때까지 잘 보살펴줄게. 너는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내!”라고 큰 소리를 외쳤다.
현옥은 아버지가 수장에게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네 아들’이라고 하니까 그게 수장의 아버지에게 하는 말인 것으로 알았다. 속으로 뜨끔했다.
‘아버지가 죽은 망자와 약속을 한 것이니까, 만일 이런 약속을 위반하면 망자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서 약속을 깬 나를 해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모시고 들어가고, 현옥은 수장과 따로 커피숍으로 갔다.
“현옥 씨, 앞으로 내가 잘 할게요.”
“예. 그런데 아직은 제가 학교 졸업도 안 했고,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지요?”
“당연하지요. 그렇게 급한 건 아니잖아요? 일단 현옥 씨가 졸업할 때까지는 기다릴 게요.”
“...”
수장은 현옥이 동의한 것을 전제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동안 만났던 여자 이야기도 했다.
몇 명의 여자를 만나서 데이트를 했지만, 깊은 관계까지는 가지 않았고, 그렇잖아도 늘 마음 속에는 현옥 씨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현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수장의 말만 듣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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