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0)
현옥의 아버지는 수상의 아버지와 평소 수상과 현옥을 결혼시키자는 약속을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수상이 다른 여자와 교제하는 것을 막았고, 현옥의 아버지도 현옥이 다른 남자와 교제하는 것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현옥이 스토킹을 당하면서 남자에 대해 거부반응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될 때까지는 남자를 만나지 않고 공부만 하고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현옥의 어머니를 통해서 가끔 현옥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어머니 말은 현옥은 남자를 싫어하고, 공부가 바빠서 남자를 만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확실하게 보고를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당연히 현옥이 처녀로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거꾸로 현옥의 아버지는 수상이 부모는 모두 잃었지만, 서울의 명문대 의대를 졸업하고 큰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하고 있어, 수상이 의리를 저버리고 다른 부잣집 딸이나 국회의원 딸, 또는 여자 변호사나 유명한 탤런트, 아이돌 가수를 만나서 사귈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상의 객관적인 조건이 너무 좋기에 만약 수상만 오케이 한다면 현옥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옥이 결혼하게 해달라고 매달릴 것으로 확신을 하고 있었다. 현옥 역시 그 동안 수상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아버지를 따라 같이 식사도 했다. 현옥은 수상이 아버지의 양아들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워낙 잘 났고, 현옥이 가고 싶어했던 의대를 다니는 것을 보고 남자로서는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가족 같은 관계였다.
다만, 현옥의 기억에 수상이 의대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수상을 불러서 한 시간 동안이나 울었다. 너무 큰 소리로 울어서 옆집에서는 현옥의 어머니가 죽어서 홀아비가 된 것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는 한 시간 동안 울고 난 다음, 수상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을 꺼내놓고 술을 따라 권했다. 소주잔을 세 잔 가져다가 수상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현옥의 아버지 술잔을 만들어놓고 소주를 따라서 사진 앞에 잠시 가져다 보여주고 모든 술은 아버지가 마셨다.
안주도 별로 없이 아버지는 그렇게 해서 한 자리에서 수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이슬 소주 세병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은 채 다 마셨다.
그리고 곧 바로 쓰러졌다가 48시간만에 깨어났다. 이런 장면을 본 수상은 그 후 현옥의 아버지가 얼마나 수상의 아버지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감동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는 마침내 수상을 만나서 그동안 지냈던 양쪽 집안의 내력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수상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아버지는 수상을 친아들 이상으로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딸 현옥과 결혼시켜 평생 곁에 두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수상의 아버지 생전의 뜻이고, 유언 비슷하다고 했다. 수상도 같이 울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군대처럼 즉시 어머니를 통해서 현옥에게 통지했다. 수상과 같이 만나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시간과 장소를 알려왔다. 참석자 범위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현옥의 아버지, 어머니, 현옥, 수상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배석자도 없고, 참관인도 없었다. 경호원은 물론 필요없었다. 기자들이 혹시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아버지는 와도 상관없다고 했다.
현옥은 이런 통지를 받고 괴로웠다. 지금 조장과 애인 사이인데, 만일 수상과 선을 보게 되면 조장은 난리를 칠 것이다.
그리고 선을 본 다음,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수상에게도 큰 상처를 줄 것이고, 아버지는 현옥에게 즉시 선전포고를 할 것이다. 어머니도 현옥을 편들지 않고, 아버지와 연합전선을 펼 것이다.
현옥은 아버지가 처음부터 수상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궁금하기도 했고, 지금 이 시점에서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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