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9)
이런 상황에서 현옥의 아버지는 현옥에게 자신이 추천하는 군인과 선을 보라고 했다. 아버지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장교로 오래 근무했다.
그런데 군에서 아버지와 같이 근무했던 육사 후배 장교 아들이 서울에서 명문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었다.
인물도 좋고, 의대 졸업성적도 아주 우수했다. 현옥은 지방에서 의대를 다니면서 이미 어떤 남학생을 알게 되었고, 애인 사이가 되었으며, 몸까지 섞은 관계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아비지 성격에 당장 호적에서 현옥을 파내버릴 것이었다. 두 번 다시 아버지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면서 학비나 생활비도 끊어버릴 것이 예상되었다. 아버지는 그만큼 맺고 끊는 데가 있었다. 아주 강한 성격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딸이 객지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처음에는 무척 반대했지만, 그동안 아무 말썽 없이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남자를 알고 성관계를 부부처럼 하고 있다고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그 레지던트 사이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아버지가 군에 있을 때 그 레지던트 아버지 김송학과는 대대장과 중대장 사이였다. 육사 선후배였지만, 두 사람은 남다른 우정과 전우애로 뭉쳐졌다.
아버지가 죽자고 하면 아무 조건 없이 따라 죽을 정도로 김송학 대위는 대대장에게 충성을 다했다.
아버지가 군에서 큰 잘못을 저질러서 옷을 벗게 되었을 때에도 김 대위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진급이 늦었고, 아버지로 하여금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해주었다. 그렇게 끈끈하게 맺어진 전우였다.
그 후 두 사람은 모두 군에서 별을 달지 못하고 예편을 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났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외아들로서 외로운 처지였다.
그런데 김송학은 부인과 함께 자동차를 가다가 술에 취한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서 들이박는 바람에 현장에서 부부 모두 즉사했다. 그리고 외아들만 남았다.
아버지는 김송학 부부의 사고를 모두 처리했다. 가해 운전자를 구속시켜 징역을 살게 하고, 보험회사 보험금을 많이 받아냈다. 사고 당시 외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김송학의 외아들을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보살펴주었다. 학비도 모두 대주었다.
그 아들이 공부를 잘 해서 레지던트가 되었다. 그 아들 김수상이 여기 저기서 중매가 들어온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절대로 김수상을 다른 데 주지 않고, 자신의 사위로 삼으려고 마음 먹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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