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7)
이렇게 현옥은 첫 번째 데이트를 조장과 하면서 점점 조장에게 빠져들어갔다. 조장이 무엇을 하든지 따라하게 되었고, 혼자 있을 때 조장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난지 100일이 되던 날, 조장은 현옥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마침 금요일 저녁이었다. 강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조장은 심각하게 질문을 했다.
“현옥 씨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확실해요. 우리 그만 헤어져요. 현옥 씨처럼 차갑고 냉정한 사람을 만나는 건 고문이예요.”
현옥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데이트 하면서 현옥은 조장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조장이 하자는대로 다 했다. 그리고 조장 역시 현옥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조장이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햐가 가지 않았다.
“아니예요. 저는 조장 씨 좋아해요.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기는 좀 그렇지만. 그리고 제가 조장 씨를 좋아하지 않으면 왜 계속해서 만나겠어요?”
현옥이 이렇게 말을 해도, 조장의 표정은 전혀 풀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장은 술을 많이 마셨다. 처음에는 와인을 마시다가, 소주를 시켜 맥주와 타서 마셨다.
현옥은 나름대로 오늘이 데이트 100일 기념일로 생각하고, 그런 행사를 하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조장이 헤어지자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조장이 다른 여자가 생겼거나, 현옥이 싫어져서 그런가 생각했다. 하지만 조장은 술만 계속 들어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현옥에게도 술을 권했지만, 현옥은 와인 한 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다. 조장의 혀가 꼬부라졌다.
“이 세상은 더러운 거야. 현옥 씨가 잘났으면 잘났지,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여자 의사 높은 거야. 좋은 놈 만나서 잘 살아요. 나 같은 놈은 살 가치가 없어요.”
현옥은 당황스러웠다. 그런 조장이 불쌍했다. ‘왜 저럴까? 내가 그동안 처신을 잘못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현옥은 조장의 옆자리로 옮겨가서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졌다. 그러자 조장은 현옥에게 술을 권했다.
“현옥 씨,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술을 마셔요. 술에 취한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래야 진실을 말할 테니까.”
조장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현옥은 이 상황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조장이 권하는 대로 소주 맥주를 섞은 술을 마셨다. 갑자기 졸려웠다.
그런 반의식 상태에서 조장의 이미지는 매우 멋이 있었다. 남자답고, 개성 있고, 능력 있고, 사랑을 아는 사람이었다.
술에 취한 현옥은 조장에게 기댔다. 조장은 처음에는 술에 취해 의식도 없는 것 같더니, 현옥이 술에 취하니 거꾸로 술에서 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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