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2)
다시 학교로 돌아온 현옥은 예전과 똑 같이 조장을 만났다. 이제는 서로가 익숙해져서 만나면 의례히 몸을 섞었다. 현옥도 조장과 관계를 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조장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조장에 대해 혹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 조장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장이 현옥을 대할 때 항상 어떤 선을 그어놓고 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옥이 또 보고 싶고, 또 그걸 하고 싶어도 조장은 항상 정해진 시간, 즉 이주일에 한번 만나서 늘 일정한 시간 같이 보내고, 관계를 똑 같은 방식으로 하고 가는 것이었다. 현옥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간이 가서 정이 들면, 자꾸 몸을 섞다보면 남자도 달라질 것인데, 조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아주 똑 같은 거리에 있었고, 똑 같은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만, 현옥은 관계를 할 때 피임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민감했다. 그런데, 조장은 어떤 때는 위험한 시기이고, 현옥이 주의를 줘도 그걸 무시하고 강행을 하는 것이었다.
현옥이 놀래서 물으면, ‘아이가 생기면 어때? 낳으면 되지.’라고 간단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그런데 어떤 여학생이 현옥을 찾아왔다.
“저는 조장 씨와 오랫 동안 사랑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조장 씨가 저를 만나주지 않고 현옥 씨를 만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조장 씨는 결국 현옥 씨 때문에 저를 버리려는 거예요. 제가 먼저 만났고, 제가 더 오랫 동안 조장 씨를 사랑했으니까, 현옥 씨가 양보를 해주세요.”
“조장 씨는 아무 여자도 만나지 않는다고 저에게 아주 확실하게 말했어요. 무슨 말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제가 조장 씨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고 결정할 게요.”
“이해가 가지 않으면 조장 씨와 셋이서 같이 만나요. 지금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하세요.”
현옥은 조장에게 전화를 했다. 조장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현옥은 그 여학생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 여자는 전화번호는 알려주지 않고, 대신 이름을 말하고 떠났다. ‘홍지수’였다. 현옥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조장에게 계속 전화를 했으나, 밤 12시가 넘도록 전원은 꺼져있었다. 슈퍼에 가서 소주를 사왔다. 혼자 한병을 다 마셨다. 그래도 머리만 아프고 잠은 오지 않았다.
방금 전에 만났던 그 여학생의 얼굴, 음성, 태도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여학생은 현옥이 보아도 아주 귀엽게 생겼다. 음성도 여성스러웠고, 태도도 조신했다. 조장이 아주 좋아할 타입이었다.
‘도대체 조장이라는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 바람둥이인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그 다음 날 현옥은 조장을 만났다. 조장은 그 여학생과의 관계를 이야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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