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이야기 ②
참고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내가 공부한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내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대전에서 문창초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아버님이 대전에서 제재소를 하셔서 잘 살았다. 그러다가 사업이 망해서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전중학교에 시험을 봐서 들어갔다. 중학교 때 집에서 토끼와 닭을 키웠다. 토끼 50마리, 닭 100마리 정도였다. 나는 형과 동생들, 그리고 할머님과 같이 토끼풀을 뜯으려 다녔다. 토끼와 닭을 키우는 일은 내가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그만 두었다.
그래서 공부는 중간 정도였다. 그런데도 대전고등학교에 시험 봐서 합격했다. 집안이 어려워서 그랬는지, 고등학교 2학년 말까지도 성적은 중간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갑자기 성적이 급상승했다. 문과 학생 중에서 1등도 여러 차례 했다. 3학년 5월경 갑자기 학교 가기 싫어져서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려고 엉뚱한 생각을 하고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담임이었던 류진형 선생님께서 우리 집까지 직접 오셔서 나를 설득시켰다. 다행이 나는 매우 순종적인 학생이었기 때문에 다시 학교에 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졸업하면서 서울법대에 원서를 냈다.
그런데 시험 보기 보름 전에 독감에 걸려서 심하게 않았다. 그 상태에서 서울 와서 시험을 보았는데, 떨어졌다. 나와 비슷한 성적의 고등학교 친구 세명은 서울법대에 합격했다.
나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학원에도 다니지 못하고, 마침 당시 아버님이 빚을 내서 대전 대사동에 작은 건물을 짓고 있어서 나는 공부는 하지 않고, 목수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시멘트나 모래를 사오는 일을 돕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서 못이나 먹을 것을 사왔다. 하루 종일 일을 돕다가 저녁에는 인부들과 같이 막걸리도 마셨다.
이렇게 8월초까지 빈둥거리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8월 중순에 서울로 올라왔다. 정일학원에 등록을 하고, 대성학원에 가서 카운슬링 선생님을 만났다. 대전고등학교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대성학원 카운슬링을 맡고 계셨다.
그 선생님의 소개로 중학교 3학년생 세명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여섯 번 하루 2시간씩 영영와 수학을 가르키는 조건이었다.
나는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일학원을 다녔다. 정일학원에서는 그 당시 홍철화 원장님께서 매달 시험을 봐서 문과에서 5명, 이과에서 5명을 뽑아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주셨다. 나는 매달 문과에서 5등 안에 들어서 학원비를 전액 면제받았다.
그런데 그 다음 해에 서울대학교 법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지금 생각해도 기적이었다.